MZ 취향은 90~00년대? 아이돌도 뛰어든 리메이크

기사등록 2024/01/14 08:40:38 최종수정 2024/01/15 06:12:12

그룹 에스파·라이즈 등 리메이크작 발표

MZ세대 아이돌의 1990~2000년대 조명

"좋은 음악, 시대 안 타…세대 넓게 포용"

"신인 그룹 경우, 신곡보다 주목 높아져"

[서울=뉴시스] 그룹 에스파(위)와 그룹 라이즈.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1.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1990~2000년대를 지나온 이들이라면 최근 발표되는 곡들이 어딘가 모르게 익숙할 것이다. 드라마, 영화, 예능에서 그 시절을 조명하는 것처럼 가요계에서도 레트로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중에서도 MZ세대의 중심인 아이돌들이 리메이크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룹 '에스파'는 오는 15일 오후 6시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1996) 리메이크 버전을 공개한다. 그간 서태지의 노래를 재해석한 가수는 성시경, 윤하, 수란, 헤이즈, 크러쉬 등이 있다. 아이돌 그룹으로는 '방탄소년단'이 유일하다. 에스파는 걸그룹 최초로 서태지의 곡을 리메이크하게 됐다.

원곡은 당시 기득권층에 대한 저항을 담은 직설적인 가사가 사전심의에 걸렸다. 이에 서태지와 아이들은 가사를 제외하고 연주곡으로 4집 '컴백홈'에 수록하며 저항 의지를 피력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팬들은 서명 운동을 했고,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제 폐지에 영향을 줬다. 이후 서태지가 보컬 버전으로 싱글을 발표했다.

에스파는 'SM 리마스터링 프로젝트' 일환으로 '시대유감'을 2024버전으로 선보이게 됐다. K팝 역사를 재조망하고 한국 음악 업계 성장에 기여하고자 SM과 유튜브가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다. SM 소속 가수들의 과거 곡을 후배들이 리메이크하는 방식이었는데, 서태지의 곡으로 프로젝트의 뒤를 잇는 것이 눈길을 끈다.

SM은 "한국 대중음악사적으로 의미 있는 인물과 곡의 리메이크를 하고자 했다. 서태지는 그런 의미에서 설명이 필요 없는 인물이고, '시대유감'은 음악사적으로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모두 관통해 젊은 세대의 심경을 반영하는 메시지가 담긴 상징적인 곡"이라며 "그러한 곡을 4세대 아이돌의 대표로 꼽히는 에스파가 재해석한다면 매우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곡이 주는 메인 메시지를 그대로 가져가되 음악적인 색깔에서 에스파의 색으로 재구성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근 SM에서는 5세대 보이그룹 '라이즈'가 밴드 이지의 '응급실'(2005) 샘플링한 '러브 원원나인(Love 119)'을 발표하기도 했다. 발라드인 원곡에서 인트로와 피아노 선율을 따와 댄스곡으로 재탄생시켰다. 리메이크와 형식이 다르지만, 2000년대 곡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SM은 "작곡진이 최초 데모부터 '응급실'을 샘플링한 것으로, 곡 작업 단계에서 한국에서 오래 사랑받고 있는 노래를 활용했다"며 "겨울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의 곡이고, 눈 내리고 추워진 요즘 날씨에 편하게 듣기 좋은 곡이기 때문에 선보이게 됐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그룹 ATBO. (사진=IST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1.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외에도 보이그룹 'ATBO'(에이티비오)는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 SG워너비 김용준의 '머스트 해브 러브(Must Have Love)'(2006), 보이그룹 '뉴이스트' 출신 솔로가수 백호는 박진영의 '엘리베이터'(1995), 보이그룹 'TIOT'(티아이오티)는 클릭비의 '백전무패'(2001) 등을 선보이는 등 지난해 리메이크작이 줄을 이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가요계 관계자는 "리메이크는 안정성이 확보된다. 대체로 리메이크 되고 있는 곡들이 이미 히트했던 노래들"이라며 "트렌드는 달라져도 멜로디가 좋은 음악들은 시대를 타지 않는다. 리메이크는 그 자체로 화제의 요인이 되기도 해 수년 동안 흐름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했다. "리메이크를 두고 다양성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지만, 백호의 '엘리베이터'나 폴킴의 '화이트'(핑클 원곡) 등은 편곡을 통해 원곡과 차별화된 변주도 줬다. 세대를 넓게 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신인 그룹들이 리메이크작을 선택하는 것에는 대중 인지도를 높이려는 목적이 크다. ATBO 소속사 IST엔터 관계자는 "신인 그룹의 경우 아직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팀의 음악을 찾아 듣는 대중분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미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고 익숙한 곡을 리메이크 할 경우, 신곡을 발매했을 때보다 곡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고 호기심을 갖고 청취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판단돼 리메이크하게 됐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조금 더 K팝 팬들과 대중들에게 ATBO라는 팀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멤버들의 나이대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과 귀엽고 밝은 무대들이 잘 어우러지다 보니 ATBO의 팬분들 역시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셨다고 생각된다. 리메이크곡이자 계절감이 담긴 노래다 보니 기존 활동곡보다 '머스트 해브 러브'가 길거리나 홈쇼핑 등에서 노래가 많이 흘러나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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