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장점마을에 2001년 비료공장 들어서
연초박으로 비료 만들면서 발암물질 생성
2019년 기준, 주민 30여명 암…17명 사망
法 "담당 공무원이 감독 했으면 피해 막아"
장점마을의 악몽은 지난 2001년, 마을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에 비료공장 (유)금강농산이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2001년 7월 가동을 시작해 2017년 4월 폐업한 금강농산은 담배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연초박으로 비료를 만들었다.
특히 공정 중 반죽된 비료 알갱이를 300도가 넘는 고열로 건조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이때 재료와 불길이 직접 닿으면서 불완전 연소가 일어났다. 2019년 발표된 환경부 역학조사에 따르면 이때 나오는 1군 발암물질인 TSNAs(담배 특이 니트로사민)과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암 발병의 원인으로 드러났다.
발암물질이 연기 중에 날리고 마을 곳곳에 쌓이면서 17년간 장점마을은 초토화됐다. 2019년 11월 기준 주민 33명이 암에 걸리고 이 가운데 17명이 숨졌다.
환경부 조사 결과가 나오자, 마을 주민 등 27명은 익산시와 전라북도 공무원들이 금강농산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를 게을리해 이 같은 피해를 봤다며 2020년 7월 전북도와 익산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21년 11월 법원이 전북도와 익산시가 장점마을 주민 170여명에게 50억원을 나눠 지급하는 내용의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일부 주민들은 국가 책임을 인정받겠다며 소송을 이어갔다.
소송 3년 만인 지난해 11월23일 이 사건 심리를 맡은 전주지법 민사11부(판사 김행순)는 마침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행정당국이 주민들 건강에 위해가 되는 사업장에 대해 감시·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장점마을 주민들은 오랜 기간 동안 이 사건 공장에서 발생하는 매연·악취·폐수 등 오염물질 등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는 걸 호소했다. 관련 언론보도도 있었으며 2012년부터는 마을 주민들의 발암 문제가 대두됐다"면서 "익산시는 2013년 4월 공장에 대한 환경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하고, 같은 해 5월 '환경조사 대상 항목 모두 허용 기준 이하로 나타나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표를 한 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후에도 전북도와 익산시 공무원들의 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행위가 계속돼 이에 금강농산은 합동 점검 이전까지 계속 연초박 등을 사용해 유기질비료를 생산했다"며 "만약 담당 공무원들이 법상 감독 의무를 다했다면, 금강농산이 연초박 등을 사용해 유기질비료를 생산하는 것을 막거나, 이를 통해 발생한 유해 물질이 이 사건 공장 외부로 배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담당 공무원의 감독의무 위반과 피해자들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위자료 산정 기준을 행정 당국에 관련 신고가 들어온 2009년 5월29일부터 공장이 폐업한 2017년4월24일로 잡았다.
재판부는 "(금강농산) 폐업 이후부터도 이 사건 공장의 가동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 또 현 상황에서 원고들이 앓고 있는 질환 등에 오염물질이 미친 영향을 정확히 판별하거나 이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거주기간 1개월당 1인당 위자료 30만원을 주되, 암 투병 중 사망한 2명에 대해서는 위자료 액수를 각 9000만원으로, 암 투병 중인 원고 2명에 대해서는 위자료 액수를 각 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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