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 의혹' 부승찬 책 다툼 계속…쟁점은 군사기밀

기사등록 2024/01/09 16:23:04 최종수정 2024/01/09 18:41:29

관저 선정 과정서 역술인 개입 의혹

항고심 "6쪽 분량 삭제"…이의 제기

"기밀 등재 의심" vs "군사기밀 해당"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서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담긴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책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법적 다툼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부 전 대변인이 28일 국방부 검찰단으로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2023.06.2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서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담긴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책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법적 다툼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25-3부(부장판사 정종관·김문석·송미경)는 9일 '권력과 안보-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의 출판사 대표가 일부 분량을 빼고 출판하라는 항고심 법원 결정에 반발해 제기한 가처분 이의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대표 측 대리인은 "한미일 안보협력 관련 회의록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 녹취록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작성된 문건인지 매우 의심스러운 정황이 밝혀지고 있다"면서 비밀 등재 절차에 의문을 표하며 출판되어야 한단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 대리인은 "충분히 원본이 맞는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 만약 필요하다면 재판부에 제출하겠다"면서도 "부 전 대변인께서는 군사기밀인 걸 인증했고 상대방 측은 적어도 가처분 절차에서 군사기밀인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소송 성격 자체가 가처분 사건이고, 해당 사건은 소명(疏明·증명보다 낮은 정도의 심증)으로만 판단하게 되어 있다"며 "임시 처분이지 본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군사)비밀이 아니면 문제가 없겠지만 비밀인지 아닌지는 다퉈봐야 한다"며 "일주일 정도 시간을 드릴 테니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부 전 대변인은 대통령실의 이전 과정에서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담은 '권력과 안보' 자서전을 지난해 2월 출간했다.

책에는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위 관계자와 역술인 천공이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 서울사무소를 다녀갔다고 기술돼 있다.

정부는 부 전 대변인의 저서가 군사기밀을 누설한다는 이유로 같은 해 3월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출간 및 배포 시 기밀이 누출돼 국가 안전 보장에 중대한 위협이 있고, 한·미 간 신뢰가 상실되는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가처분 1심은 군사기밀 보호법은 지식재산권이나 저작권 보호 법률과 달리 형사처벌만 규정하고 있으므로, 형사법상 범죄를 통한 출판인 점이 인정되더라도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침해금지 청구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항고심 재판부는 이와 달리 판단하고 책 전체 400쪽 중 6쪽 분량 내용을 삭제하지 않고서는 책을 판매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삭제 대상이 된 부분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관련 한미 군 고위관계자들 발언 ▲대북정책 관련 협의내용 ▲한미일 안보협력 관련 회의 내용과 한미 장관·관계자들 발언 등이다.

재판부는 삭제 대상 내용이 군사기밀로 지정돼 있는 내용에 해당하고, 언론에 공개된 적 있는 발언이 일부 있더라도 발언 전체 맥락을 고려하면 그 자체로 군사기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봤다.

다만 ▲이미 책이 출판·배포돼 내용 확산을 막기 어려운 점 ▲군사기밀과 관련된 부분이 극히 일부분인 점 ▲출판의 자유 제한은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출판사 측은 일부 인용된 부분에 대해 가처분 이의를 제기했고 일부 분량 삭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다시한번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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