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김대중, 야권 통합해 정권교체 당부"…이낙연 신당 반대
피습 이후 "당대표 중심 뭉쳐야"…친명계 "야권 분열은 패배" 압박
지도부 "지금 시점 야권 분열은 김대중·민주당 정신 벗어난 것"
[서울=뉴시스] 이종희 조재완 기자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이 '배신자 프레임'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통합정신을 강조하며 신당 창당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자 민주당에서도 야권 분열은 DJ정신에 벗어나는 것이라며 이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야권 분열의 야기한 장본인이라는 점이 부각돼 신당의 위상이 크게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다음주 중 고별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피습한 상황인데다 신당에 대한 문 전 대통령의 부정적 입장이 분명해 이 전 대표의 결정은 지지층으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보다 위상이 크게 떨어져 별다른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텐스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주의 위기, 민생 위기, 남북 관계 위기 등 3대 위기를 통탄하면서 '젊은 당신들이 나서서 야권 통합으로 힘을 모으고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 당부는 우리 후배들에게 남긴 김 대통령의 마지막 유언이자 제가 정치에 뛰어들게 된 주요한 계기가 됐다"며 "그 유지에 따른 야권 대통합으로 민주통합당이 창당되었고 끝내 정권 교체를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야권을 단합을 강조하면서 이 전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명계 의원들과 당 지도부는 이낙연 신당이 야권 분열로 이어져 총선 승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의 피습 이후 당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당내 반응도 이 전 대표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야권 통합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이라고 했다"며 "지금 시점에서 야권 분열은 김대중·민주당 정신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낙연 신당을 철회하라는 당내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는 지난 4일 이 전 대표를 향해 탈당 의사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국청년위원장인 전용기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피습) 문제와 별개로 우리 당으로서는 일상적인 업무는 물론, 총선 준비도 모두 정지되는 위기를 맞게 됐다"며 "위기일수록 단합해야 승리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야권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주의가 파괴될 수 있기 때문에 (창당은)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이라며 "방향도 잘못이고 문제 해결 능력도 없는 그러한 창당은 절대 하지 말아야 된다, 마지막까지 이렇게 호소한다"고 했다.
당내 거센 반대 여론에도 이 전 대표는 예정대로 신당을 창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피습에도 물밑에서는 신당 실무 작업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전 대표가 뱉은 말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기 때문이다. 자신의 앞선 말들이 회군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이 전 대표는 이르면 9일 당을 떠나기 앞서 고별 기자회견을 갖고 창당과 관련한 향후 진로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구체적인 신당 창당 선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흉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대표의 회복 속도와 비명계 결사체 '원칙과상식' 탈당 선언 여부 등을 지켜본 뒤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원칙과상식' 소속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도 다음주 중 최후통첩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려 했으나 이 대표가 피습을 당하면서 일정을 미뤘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다음주 중 이 전 대표가 고별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며 "창당 선언은 당내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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