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원년③]공공정책수가로 보완할 듯
과잉진료 및 '돈 되는 분야' 쏠림 주 원인 지목
고령화·혁신의료기술 등 건보 지출 요인 상당
필수의료·기관 사후보상, 협력진료보상 검토
비급여 진료와 실손보험의 팽창에 건강보험 재정까지 소위 '돈 되는 분야'로 흘러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지불제도를 전면적으로 손 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의료계에서는 이번 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포함될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편안이 행위별 수가제를 보완하는 것보다 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불제도는 의료보험 초창기부터 행위별 수가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행위별 수가제는 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입원료, 약값 등 의료행위에 따로 가격을 매긴 뒤 합산해 진료비를 산정한다.
행위별 수가제를 보완하기 위해 제왕절개분만, 맹장 등 일부 수술 항목에 도입된 포괄수과제와 신포괄수가제도 있지만 비중은 작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 해외에서는 사전에 협상한 총액을 지불하는 총액계약제를 활용하고 있다.
행위별 수가제는 각 의료행위의 상대가치와 환산지수에 따라 보상 규모가 달라지며 진료 양에 따라 의료기관이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 행위별 수가제가 과잉진료를 부추긴다는 것은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심뇌혈관·소아·분만·응급 등 필수의료 분야가 저출생 등의 영향으로 급속히 위축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반면 의료 수요와 비급여 진료행위가 많은 피부·미용·안과 등 소위 '돈 되는 분야'는 의사 쏠림 현상이 가속화됐다.
의료계에서는 행위별 수가제를 가치기반 보상으로 개선하거나 지불제도를 다변화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해왔다.
미국은 2011년부터 '가치기반 의료'를 채택해 의료 행위 그 자체보다는 환자 상태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성과에 따라 수가를 차등 지급하고 있다. 즉 의료서비스 공급자보다는 소비자인 환자 중심으로 진료비를 지불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일산병원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건보 재정이 투입되는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응급심뇌혈관 전달체계 개편 시범사업 ▲어린이병원 사후보상 시범사업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등도 지불제도 다변화 가능성을 살피기 위한 시범사업들이다.
가치기반 의료 등 지불제도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제기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대내외적으로 건보재정 지출이 증가할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내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 의료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혁신의료기술을 활용한 고가의 의료행위도 증가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정부가 이달 중 확정해 발표할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도 이 같은 가치기반 의료 성격을 띤 보상 강화 일환으로 '공공정책수가'를 확대 도입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연구를 맡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진은 지난해 10월 초안을 공개하며 "현행 행위별 수가제로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필수의료'에서 공백이 발생하는 분야와 지역에 대한 확실한 보장에 한계가 있다"며 과도기적 대안적 지불제도로 '공공정책수가'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공정책수가 유형으로는 행위별 수가제에 상대가치 점수 조정과 정책가산, 지역가산을 활용하는 보완형, 요양급여 외 사후보장, 지역·네트워크·기관·인력에 직접 조상하는 대안적 지불제 두 가지 방식을 제시했다.
기본적으로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보상체계 틀을 활용하면서 국립대병원이나 필수의료 전문병원 등 역할에 따라 총진료비 일정비율을 인센티브로 얹어주는 것이 골자다. 이 경우 필수의료 중심의 가치가 높은 의료행위에 상대가치가격제를 적용하게 된다.
연구진은 중장기적으로는 수가와 총진료비 변동에 따라 사전예산을 결정하는 제도를 연동해 관리하고, 이처럼 다양한 대안적 지불제도를 구현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치기반 지불제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심사평가체계를 가치기반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지난해 버스에 준공영제를 적용한 것처럼 지역·필수의료 분야 의료기관에 운영비 전체를 공공재정으로 사전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개편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행위별 수가제를 전면 개편하기보다는 보완하는 형태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 재정에 '혁신 계정'을 신설하고 중증·필수의료 인프라, 협력 진료 기관 단위 사후보상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조직 개편으로 기존 보상체계와 행위별 수가의 불균형에 따른 기존 보험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건강보험혁신센터를 신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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