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태영건설]①
자구책 내놓으며 "이대론 죽어도 눈 못 감는다"
채권단은 사재 출연·SBS 언급 빠진 '맹탕' 지적
금융당국도 "오너 일가 위한 자구계획" 비판
윤 회장은 지난 3일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 직접 노구를 이끌고 나와 "언론보도에서 PF 보증 9조원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실제 문제가 되는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정도로 가능성 있는 기업"이라며 "이대로는 죽어도 눈을 못 감을 것 같아 '노욕 아니냐' 등의 질타에도 염치 불구하고 나섰다.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리겠다"고 호소했다.
윤 회장은 현재 수주잔고가 12조원이고 향후 연간 3조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하다며 영업이익률이 동종업계에서 상위권인 4%라는 점을 강조하며 회생 가능성을 설파했다. 그는 "그동안 PF를 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둬왔고, 가능성을 증명했지만 자기관리 소홀로 뼈아픈 부도 위기를 맞았다"며 "경영진의 실책, 저의 부족"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이날 공개된 자구안에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안과 함께 계열사 에코비트 매각, 티와이홀딩스가 지분 87.7%를 갖고 있는 골프·레저업체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과 매각 추진 등이 담겼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불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총수 일가의 사재 출연 수준이 미흡하고 SBS 지분 매각 관련 내용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SBS 지분 매각과 관련해 태영건설 측은 "충분히 제시될 수 있는 방법론이지만 법적 제약이 많다"며 "허가 사업체라 법적 제약이 여러모로 많아서 어렵다"고 답했다. 사재출연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채권단은 자구책이 부족할 뿐 아니라 약속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조차 태영건설에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다며 자구 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워크아웃이 무산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 5일 주요 채권자 회의에서 채권은행들은 태영건설의 부실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통한 무리한 사업 확장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어 "확약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미이행분 890억원을 즉시 지원하고, 나머지 3가지 자구계획을 즉각 실행해 나갈 것을 강력 촉구했다"고 했다.
태영건설의 미지근한 자구책에 금융당국도 쓴소리를 참지 않는 분위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수준의 자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추가 자구안의 필요성을 에둘러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태영건설이 아닌 오너 일가를 위한 자구 계획"이라며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방안"이라고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려면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에 도달하지 못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경우 상거래채권을 포함한 모든 채권이 동결되고 수주 계약도 해지된다. 협력업체의 연쇄부도를 야기하고 수분양자에도 피해를 끼치게 된다.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오는 11일에 결정된다. 태영건설은 채권단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보강된 자구안을 이번 주말 내놓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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