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법원, 네타냐후 해임막는 '방탄법'시행 연기 판결

기사등록 2024/01/04 07:14:58 최종수정 2024/01/04 07:23:29

사법개혁안 무효화에 이어 차기 국회 선거 이후로 연기

부패 재판받던 총리, 2021년 사퇴후 극우파 이끌고 재집권

사법부 무력화 개혁으로 보신 시도…전국민 반대시위 승리

[텔아비브=AP/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해 12월 2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국방부가 위치한 키리야 군사기지에서 전시내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01.04.
[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이스라엘 대법원이 3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해임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무력화시키는 논란많은  그의 '무력화법' ( "Incapacitation Law )을 차기 국회 결성 이후로 연기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AP, 신화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대법원 판사들은 이 법을 다음 총선으로 크네세트(국회)가 새로 구성된 이후로 연기하도록 6대5로 판결했다.  이 판결로 인해 이스라엘의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는 더 이상  그의 방탄법으로 국민의 해임청원을 막는 이득을 취할 수 없게 되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국회의원 선거는 2026년으로 예정되어 있지만 그 보다 더 빨리 실시될 수도 있다.

부패혐의로 재판을 받아오던 네타냐후는 2021년 총리직에서 사퇴한 뒤 극우파와 손잡고 다시 연정의 총리직에 복귀했으며 2023년 3월 극우파가 우세한 이스라엘 국회 크네세트는 그의 해임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을 무력화 하는 방탄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네타냐후에 대한 검찰의 3건의 부패 혐의 기소와 총리직에 부적합하다는 국민의 해임청원으로부터 그를 보호하는 법이다.

네타냐후는 대법원이 국민청원을 받아서 검토하기 시작하자 대법원의 권한을 무력화시키는 사법 개혁을 시작했으며,  전국적으로 국민의 격렬한 반대 시위가 계속되는 데도 이를 무시하고 자신을 위한 사법 개혁을 밀어부치다가 대법원에서 지난 주 그의 사법개혁안을 부결시켰고 이어서 그의 방탄법도 부결된 것이다.

3일 대법원의 판결문에는 그 법이 순전히 네타냐후를 위한 사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것이 명백하다는 문구도 담겼다. 

지난 해 7월 의회에서 이를 통과시켰을 당시는 전국적으로 국민들의 사법개혁 반대시위가 가장 격렬할 시기였으며,  부패혐의로 재판을 받던 네타냐후가 자신의 해임청원이 대법원을 통과하는 것을 막기위해 고안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에스테르 하이유트 수석 판사는 "당시의 입법은 현직 총리의 개인적인 문제가  동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당시 의회가 이 법을 통과시킨 것은 총리를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정당화한 측면이 컸다"면서 따라서 그 법안의 즉각적인 실시에 의지해서 현직 총리를 보호하고 이롭게 하려는 입안자들의 의도는 이번 판결로 인해 좌절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 법안을 아예 폐기하지 못하고 6대5의 박빙으로 이의 시행을 연기하는 데 그친 것은 여전히 남아있는 그의 지지자들과 이스라엘의 민주적인 사법 기초를 방어하려는 법원의 굳건한 의지가 앞으로도 충돌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
[가자지구=AP/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이스라엘 총리가 성탄절인 12월 25일 가자지구 북부를 방문해 상황 보고를 받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으로 국민의 사퇴요구 시위는 잦아들었지만 대법원에서 3일 그의 방탄법 시행이 무기연기 판결을 받으면서 보호막이 사라졌다.   2024.01.04.
 
총리 부적격 해임국민청원을 한 시민단체  '이스라엘의 품질 정부를 위한 운동'은 그러나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부패범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에 자신의 보호를 위한 황금 철창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번 판결이 증명해 주었다고 말했다.
 
이 단체의 엘리아드 슈라가회장은 "네타냐후 방탄법 제정으로 사라졌던 이스라엘 국법의 법리적 기초가 이번 대법원 판결로 복원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네타냐후의 사법개혁안의 무효화를 결정한 며칠 전의 대법원 판결로 그의 정부가 큰 타격을 입은 이후에 연이어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하지만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일시적으로 단결해있는 이스라엘에는 여전히 사법개혁을 둘러싼 수백만명의 국민 시위의 여파와 복잡한 정치적 갈등이 잠복해 있다.  따라서 총리 부적격자 사퇴 청원을 둘러싼 이스라엘의 정치적 불안정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다만 이스라엘정부는 여전히 가자 전쟁을 계속하는데 바빠서 사법 개혁에 관한 다른 시도가 곧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정부는 아직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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