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15명 중 8명 반대 "심각하고 전례 없는 해악"
대법원은 성명을 통해 대법관 15명 중 8명이 위헌으로 간주되는 정부 결정을 뒤집기 위해 법원이 사용하는 '합리성' 조항을 폐지하는 수정안이 지난 7월 국회에서 통과된 것에 반대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른바 '사법부에 관한 개정 기본법'은 이스라엘 사법제도를 개편하기로 계획된 첫 번째 법안이었다. 이 법은 장관 임명 등 행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을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뒤집을 수 없도록 제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가 지난 10월7일 공격을 감행해 약 1200명이 사망하고 240명이 납치된 이후 보류됐다.
대법관들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이스라엘 국가의 핵심적인 성격에 대한 심각하고 전례 없는 해악"을 이유로 이 법을 무효화했다.
반대자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합리성의 기준을 없애려는 노력이 부패의 문을 열고 자격이 없는 동료들을 중요한 직책에 부적절하게 임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년 전에 제시된 대대적인 사법 개혁안이 판사와 정치인 간의 권력 재균형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네타냐후 총리의 권위주의적 통치의 기반을 닦고 네타냐후가 그에 대한 유죄 판결을 진압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총리는 이를 부인했다.
대법관들은 또 이스라엘에게 일종의 헌법 역할을 하는 주요 법안인 이른바 '기본법'을 뒤집을 권한이 있다고 이날 12대3으로 결정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강경파들은, 입법과 그 밖의 중요한 결정들의 적법성에 대해 고등법원이 아닌 의회가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관들은 크네세트, 즉 의회가 '전능한' 권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측근들은 1년 전 취임한 직후 사법부 전면 개혁안을 발표했다. 대법원의 의회 결정에 대한 심사 권한 제한부터 법관 임명 방식 변경까지 법관의 권한을 억제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지지자들은 이러한 시법부 개혁이 선출되지 않은 판사들의 권한을 제한하고 선출된 관리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함으로써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대파들은 이런 사법 개혁을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의 권력 장악과 주요 감시 기관에 대한 공격으로 보고 있다고 AP가 전했다.
이스라엘 체제 하에서는, 총리가 의회에서 과반 이상의 연정을 통해 통치하고, 사실상 총리가 행정부와 입법부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중요한 감독 역할을 수행한다. 비평가들은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연정세력이 국가의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고 독립적인 제3정부에 대한 권력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지적한다.
AP는 대법원의 이날 결정으로 하마스와의 전쟁 이전에 있었던 이스라엘 사회의 균열이 다시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마스와의 전쟁이 일어나기 전, 수십만 명의 이스라엘인들은 매주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거리로 나섰다. 시위자들 중에는 전투기 조종사와 기타 정예부대원들을 포함한 예비군도 포함돼 있었는데, 이들은 만약 사법부 개혁안이 통과되면 복무 보고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이스라엘에서 예비군은 군대의 중추를 구성한다.
예비군들은 10월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단결의 표시로 신속히 복무했지만, 사법부 개편 시도가 재개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시위가 재개되면 국가적 단결이 훼손될 수 있으며, 군인들이 복무 보고를 거부할 경우 군의 준비 태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미국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사법부 개혁 계획을 보류하고 정치권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합의를 모색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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