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영남권 절반 이상 교체 전망
민주당, 친명 원외의 비명 지역 '도전' 예상
전문가들 "물갈이, 혁신 쟁점, 올인 가능성 커"
[서울=뉴시스] 신항섭 신재현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에서 화두로 떠오른 키워드는 ‘현역 교체론’이다. 국내 정치판에선 매번 총선 때마다 현역 의원 절반이 교체되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인적 쇄신에 따라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아 물갈이 폭에 승부를 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여당에서는 중진, 친윤 의원들의 험지출마 또는 불출마를 통한 희생안이 지속적으로 요구돼 왔고, 야당에서는 주류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 1월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되면 본격적으로 인적 쇄신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나이에 따른 세대교체 보다 정치 경험이 적은 새로운 인사들이 대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남권 현역의원이 대거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야당에서는 친명과 비명간의 다툼으로 40% 이상의 물갈이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호남 지역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물갈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우리나라 총선을 보면 대체로 50% 이상으로 물갈이를 한다"면서 "사실 선거는 결국 물갈이다. 물갈이가 혁신 쟁점 중 하나인데, 거기서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지금은 그거 밖에 안 남았다. 양당이 물갈이에 올인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희생론 바람 커진 국민의힘, 영남권 대거 교체되나
지난달 29일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을 11명을 선임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당연직 2명과 임명직 8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임명직 8명 중 7명은 비정치인 대거 선임되며 인적쇄신의 첫 걸음이 나타났다.
앞서 국민의힘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혁신안으로 당 지도부와 갈등이 나타났다. 당시 혁신위원회는 현역 의원 하위 20% 공천 배제를 요구한 바 있다.
또 지난해 11월말 당무감사위원회는 당무 감사를 통해 204곳 중 46곳의 당협위원장 활동에 문제가 있다며 컷오프(공천 배제)를 권고했다. 컷오프 권고 비율은 22.5%였다. 비대위가 혁신위의 혁신안을 모두 반영한다면 최소 42.5% 이상의 물갈이가 진행될 수 있다.
앞서 혁신위는 ▲당내 통합을 위한 대사면(1호) ▲국회의원 특권 배제 등(2호) ▲청년 비례대표 50% 배치 등(3호) ▲전략공천 원천 배제 등(4호) ▲과학기술인 공천 확대 등(5호) ▲당내 주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6호) 등 6개의 혁신안을 최고위원회에 보고했다.
최고위는 이 중 1호 혁신안만 의결했다. 하지만 장제원 의원의 불찰마 선언 이후 6호 혁신안이 수용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또 비대위원장직을 맡은 한동훈 위원장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헌신과 희생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와 같이 중진 및 친윤의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바람이 강해지고 있어 영남권 현역의원들의 대거 교체가 예상된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수도권, 중도층, 각 당의 물갈이 공천 등 세 가지가 내년 총선의 중요 변수가 될 거 같다"며 "국민의힘은 기득권, 영남권 주축으로 된 부분을 789세대로 어느 정도 물갈이가 되느냐가 관전포인트"라고 말했다.
◆민주당, 공천 앞두고 친명과 비명 '갈등 심화' 예상
민주당도 총선을 앞두고 큰 폭의 물갈이가 예상되는 공천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180석을 획득하는 이례적인 결과를 얻었다.
이에 따라 현역 의원들은 지역구 의석을 노리는 원외 인물들로 대거 교체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민주당은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서울을 비롯한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만 103석을 휩쓴 바 있는데 현역 의원의 '수성'과 원외 인사의 '도전'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여론조사 결과 등에 비춰봤을 때 호남 지역의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지역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현역 물갈이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같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이번 공천의 가장 큰 변수는 계파다.
이재명 대표가 당을 이끌고 있는 만큼 친명계와 비명계의 공천 경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를 따르는 친명계 원외 인사들은 국회 입성을 목표로 한 채 조직도 만든 상황이다.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현역 50% 물갈이'를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모임 소속인 강위원 공동대표는 당내 비명계로 분류되는 송갑석 의원의 지역인 광주 서갑 출마를 준비 중이다.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도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소속으로서, 비명계 강병원 의원이 지역구로 둔 서울 은평구 출마를 준비해 논란이 됐다.
민주당 기초단체장 출신 40여명이 '풀뿌리 정치연대'라는 조직을 만들었는데 이들도 이재명 대표 체제의 전폭적 지지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최영일 정치평론가는 "비명계 원외의 친명 현역 지역 도전보다는 친명 원외의 비명 현역 도전이 많아지며 공천을 둘러싼 다툼이 심해질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야당이 '몸조심 스탠스'로 공천 과정에서 잡음을 줄이고자 할 것이나 강성 지지층의 거센 요구와 친명 대 비명 갈등으로 차분히 가기 힘들 것"이라며 "30~40%선의 교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중진 의원을 포함한 기성 정치그룹이 신진 정치세대로 얼마나 많이 교체되는지 여부가 주목된다.
그간 민주당은 하위 20%에 든 현역 의원의 경선 득표를 일괄적으로 20% 감산했지만 총선기획단이 이번 총선에서는 하위 10% 이하 의원들의 감산 비율을 30%로 강화한 것도 당내 물갈이 가능성을 보여준다.
민주당의 현 주류 세력이 과거 운동권 86세대 의원들인 만큼 민주당이 세대 교체에 얼마나 전향적으로 임했는지도 구체적인 지표로 요구되는 부분이다.
현재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출마를 준비 중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 '올드보이 귀환'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의힘은 하위 몇 퍼센트 의원들을 아예 공천 배제하는데 우리는 감산 비율을 강화시키지 않았느냐"며 "우리는 공천을 아예 배제하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일부 의원들에 대해 용퇴를 강력하게 권고하는 것이고 하위 10% 의원이 공개되면 불출마 선언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갈이, 과거 총선에 영향…승패 가르기도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승리한 요인 중 하나로는 장관 겸직 의원 4명의 불출마 선언이 꼽힌다. 선거를 3개월 앞두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조국 사태 등 정부에 대한 책임론과 지지층 이탈 우려에 이들이 책임을 진 것이다. 덕분에 민주당은 지역구 163석을 얻어냈고, 위성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을 얻어 총 180석을 확보했다.
지난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23석을 얻으면서 원내 1당에 등극했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는 외부에서 영입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권을 내주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또 이해찬 의원, 유인태 의원, 정청래 의원 등 친노(친노무현)의 핵심 인물들의 공천을 배제하며 인적 쇄신에 나섰다.
19대 총선이 있었던 2012년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인적 쇄신이 시작됐다. 이후 김형오, 박진, 원희룡, 장제원, 홍정욱 의원 등이 불출마가 이어지면서 총선에서 승리를 얻어냈다.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서 152석을 얻어 과반을 차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 대표로 한나라당을 이끌었던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대규모 물갈이 나타났다. 17대 선거 당시 한나라당은 현역의원 중 40.5%를 공천에서 탈락시키고, 비례대표 후보 43명 전원을 교체했다.
인적 쇄신을 통해 탄핵 역풍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이후 선거 막판 뒷심을 보이면서 대참패를 벗어날 수 있었다는 평가가 있다.
◆전문가들 "국민, 기성 정치인에 환멸…물갈이 혁신으로 봐"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물갈이를 혁신으로 보는 성향이 있어 양당이 인적쇄신을 두고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국민들은 기성 정치인에 대해 환멸 느낀다"면서 "그래서 그런 현역의원들 물갈이하면 할수록 당의 변화 읽는 지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여당 인적 물갈이에 폭 50% 넘는다고 하면 엄청난 박수를 받을 것"이라며 "거기에 더 나아가 영남권 중진을 완전히 100% 물갈이 하면 이건 수도권에서도 박수 받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여당이)그렇게 하면 민주당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우린 더 하겠다. 60% 물갈이 하겠다. 이런 식의 경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순 물갈이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은 대통령실 관련 인사들이 영남권에 출마하면 갈등이 나타날 수 있고, 야당은 친명 위주로 후보가 꾸려지면 잡음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여당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 TK, PK, 그리고 강남, 수도권 등 이 지역들은 대부분 물갈이 할 것"이라며 "소위 친윤 세력들, 특히 검찰 출신들을 그 지역에 포진시켜서 윤석열 정부를 결사옹위 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특히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선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게 반발이 클 것"이라며 "아직은 불거지지 않았지만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여당의 가장 큰 뇌관"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물갈이를 많이 하는 쪽이 유권자들이 보기엔 혁신한다고 본다"면서 "양쪽(여야)이 물갈이는 다 할 것인데 물갈이를 어떤 인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이어 "여권이 검사 출신이나 대통령 측근 출신들로 하면 그건 물갈이가 아닌 것"이라며 "민주당도 이재명 쪽 사람들이 쫙 들어가면 물갈이가 아니다. 물갈이의 성격을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최영일 정치평론가는 "물갈이는 야당이 부자 몸조심 스탠스로 잡음을 줄이고자 하나 강성지지층의 거센 요구와 친명 대 비명의 갈등으로 차분히 가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여당은 대통령실이 주도하되 서너 갈래의 후보 집단과 현역집단이 공천과정에서 갈등을 빚어 절반이 넘는 물갈이에도 총선 시 지지도를 깎아 먹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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