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 vs 거야심판 속 '제3지대 신당' 변수 [신년특집]

기사등록 2023/12/30 05:00:00 최종수정 2023/12/30 11:43:01

제3지대 신당들의 반란, 거대 양당 틈새 파고들까

존재감 부각에 사활, 이준석·이낙연 신당 이목 끌어

'빅텐트' 가능성도 주목…회의적 시각 적지 않아

[서울=뉴시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오른쪽).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주희 최영서 기자 = 거대 여야를 떠나 원내 입성을 노리는 제3지대 세력은 내년 4월 총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가 3년차에 접어드는 만큼 여당의 국정안정론과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자리잡고 있다. 거대 양당의 대립이 극심했다는 점에서 중도층을 겨냥한 제3지대 신당이 선명성과 대안 정당을 내세워 총선 구도 재편을 노리고 있다.

제3지대 부상에 여야의 총선 승리 셈법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여야 대결정치에 피로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제3지대를 선택할 경우 거대 양당 후보의 표가 줄어들며 당락의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특히 초박빙 대결이 예상되는 수도권에서 신당이 위력을 발휘한다면 내년 총선 결과는 예측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3지대에 신당이 출현하더라도 거대 양당의 조직과 인물 경쟁력에서 밀려 파괴력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기존 여야 정쟁에 뒷전으로 밀린 선거제 개편안 논의 역시 이들 신당의 존폐를 좌우할 과제다.

현재 제3지대에는 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 하고 있다. 민주당을 탈당한 양향자 의원이 지난 6월 '한국의 희망'을 창당한 데 이어 12월 금태섭 전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새로운 선택'을 창당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진보적 정권교체를 기치로 '개혁연합신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연일 각을 세우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도 신당 창당을 공식화 했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이재명 대표의 2선 후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요구가 연말까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신당 창당을 하겠다는 뜻을 밝혀왔으나 사실상 이 대표가 거부하면서 창당 수순에 들어갔다.

여권에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친윤계 지도부를 비판하며 탈당과 동시에 신당 창당 절차에 돌입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보편적인 민주 시민의 고민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이 여러분을 대표할 수 있도록 제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제3지대 신당들이 이른바 '빅텐트'를 꾸릴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선택'과 '한국의 희망'은 이미 연합 작전을 추진 중이고, 이준석 전 대표는 두 신당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한 배를 탈 경우 현재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30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낙연 신당은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의외로 기대에 못 미친다면 이준석 신당이 동력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의미 있는 의석을 갖진 못하겠지만 나름대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에 타격을 안길 수 있다"며 "다들 그렇게 가볍게 볼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선택 창당대회에서 금태섭, 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 를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조 공동대표, 금 공동대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2023.12.17. suncho21@newsis.com

여론조사기관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만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에서 응답자의 9%와 7%는 각각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에 힘을 실었다. 새로운 선택은 4%를 기록했다.

본격적인 공천 정국으로 접어들면 양당 공천에서 탈락한 이들이 제3지대로 뛰어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이재명 대표 사퇴와 통합 비대위 전환을 요구하며 최후통첩을 날렸고. 민주당 예비후보 검증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최성 전 고양시장과 전날 민주당을 탈당한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은 이낙연 신당 합류를 선언했다.

그러나 제3지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이들 신당이 기존 여야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더라도 확실한 대의 명분과 정책적 비전, 인물 경쟁력을 갖춘 대안 세력으로 평가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신당 합류 의사를 밝힌 현역의원이 현재까지 제로(0)라는 점도 제3지대 신당 영향력이 미약하다는 근거로 지적된다. 특히 대선주자가 없는 신당은 대안 세력이 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정치 양극화가 심하게 진행돼 제3지대가 영향을 크게 미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정 지지층이 있는 정의당과 달리 이낙연 신당은 좀 불투명하고, 이준석 신당은 연령별·지역별 지지기반이 아직 생기지 않아서 3~4% 정도 밖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전체 판세에서는 미미할 것"이라며 "여야의 극한 대결이 심화되고 있고 관심을 끌만한 인물이 이준석 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도 "현역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신당으로 간다는 움직임이 없다"며 "어차피 선거는 양강구도로 치뤄지지 않겠나"고 내다봤다.

제3지대 신당들이 2016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처럼 지역 기반과 유력 대권 주자 등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선 지역 기반, 두터운 팬덤, 유력 대선 후보가 포함되어야 하는데 이낙연 신당 말고 (다른 신당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의 선거제 개편 논의는 제3지대 신당들의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로 당론을 정한 반면 민주당은 내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당 지도부가 '제1당 유지'를 명분으로 병립형 전환을 시사하고 있지만 지난 총선에서 도입한 준연동형 선거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양당 모두 총선 승리가 절박한 만큼 병립형 회귀로 방점을 찍는다면 제3지대 신당들의 국회 입성은 더 어려워진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유권자는) 어느 한 쪽에 힘을 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지금은 중도층이 맣지만 시간이 갈수록 양쪽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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