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안돼 200억 차익…일부 지분 보유로 명맥만 유지
제조업 한파 속 사모펀드만 득세 우려 높아
29일 업계에 따르면 KCGI가 이번에 DB Inc.에 매각한 DB하이텍 주식은 250만주(5.62%)다. 매각대금은 1650억원으로 알려졌다. 1주당 금액은 6만6000원으로, 같은 날 종가(5만8600원) 대비 13%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다.
KCGI는 이 지분 매각을 통해 2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KCGI가 DB하이텍 지분을 확보하는데 180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본다. KCGI는 지난 3월 DB하이텍 지분 92만8300주(2.1%)를 매입하며, 지분률이 처음 시장에 공개됐다. KCGI는 DB하이텍 지분 220만주(4.95%)를 확보했고, 추가 매입으로 지분을 7.05%(312만8300주)로 늘렸다.
KCGI의 마지막 투자 단가는 1주당 6만2297원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상징적인 가격일 뿐, 전체 평균 매입단가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DB하이텍 주가의 최근 최저점은 지난해 9월30일 3만4800원으로 이후 KCGI가 올들어 4만~5만원대에 집중 매집했을 가능성이 높다.
KCGI는 DB그룹과의 주식 거래를 통해 1650억원을 현금으로 확보했고, 400억원 어치 DB하이텍 지분 1.42%를 여전히 보유한 상태다. 이는 보유지분을 모두 팔고 떠날 경우, KCGI의 지배구조 개선 명분까지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다.
DB그룹은 KCGI의 지분 7.05% 매입으로 더없이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전직원이 피땀 흘려 쌓은 DB하이텍 신화는 KCGI 지분 7.05% 압박에 흔들렸다. DB그룹은 급기야 주주친화 정책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등 주주환원율을 30%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경영권 분쟁 마무리…제조업 겨냥한 행동주의 펀드 우려
업계에서는 DB그룹과 KCGI간 경영권 분쟁이 이번 주식 거래로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KCGI 펀드의 성격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있다.
KCGI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장기 투자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일반 사모펀드와 똑같은 '시세차익'만을 추구한다는 지적이다.
당장 이번 DB하이텍 주식 거래에서도 볼 수 있듯 지배구조에 약점이 있는 기업을 지목해 지분을 매집한 뒤,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단타성 지분 거래로 차익을 챙기고 빠져나가는 행태다.
KCGI는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투자 당시에도 단 1년 만에 지분을 정리하고 빠져나갔다.
DB하이텍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경기와 밀접한 반도체 업종에 속한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KCGI 펀드의 공격까지 받으며 주가가 요동치는 혼란을 보였다. 올 초 3만6600원이었던 DB하이텍 주가는 올 들어 한때 8만원을 넘겼다 최근에는 5만원까지 떨어지며 주가가 롤러코스터 상황을 맞았지만 결과적으로 DB그룹에 보유지분 대부분을 되팔며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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