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한국 천주교의 지성'으로 불린 천주교 원로 정의채(세례명 바오로) 몬시뇰이 27일 선종한 가운데 빈소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8일 오전 11시께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빈소를 마련하고 신자들의 조문을 받았다.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11시에 진행된 정 몬시뇰의 첫 위령미사를 집전했다. 약 30분간 진행된 미사가 끝나자 신자들은 지하성당 가운데 모셔진 고인을 추모하고 휴대폰 카메라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담았다.
이후 이어진 위령 기도인 연도에 참여한 신자들은 고인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진행되는 위령미사에도 신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장례미사는 오는 30일 오전 10시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진행된다. 장지는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 묘역이다.
1925년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태어난 정 몬시뇰은 1953년 사제수품을 받았다. 가톨릭대학을 졸업하고 부산 초량본당과 서대신본당에서 보좌신부로 사목한 뒤 로마 우르바노대학교 대학원과 그레고리안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우르바노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뮌헨대학교와 S.J.철학대학에서도 철학을 공부했다.
1961년부터 1984년까지 가톨릭대학 신학부(現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로 지내며 부학장과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불광동본당·명동본당 주임신부를 지낸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 학장을 맡으며 후학을 양성했다
정 몬시뇰은 1990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특명으로 제8차 세계주교시노드(주교대의원회의) 정기총회에서 ‘가톨릭 종합대학 안에서의 신학생 양성’에 대해 특별강연을 했다. 1991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1992년부터 2009년까지 서강대 석좌교수를 지냈고, 2005년 몬시뇰에 임명됐다. 올해는 정 몬시뇰이 사제수품을 받은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으로부터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 ‘신이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는가’, '신은 왜 스탈린이나 히틀러 같은 악인을 만들었나' 등 24가지 질문을 전달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정 몬시뇰은 답변을 준비했지만 이 회장이 별세해 답을 들려줄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로 종교인으로서 진보·보수를 넘어 노무현, 이명박 등 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저서와 역서로 '형이상학', '존재의 근거 문제', '삶을 생각하며', '사상과 시대의 증언', '현재와 과거, 미래를 넘나드는 삶', ‘모든 것이 은혜였습니다', '철학의 위안', '중세 철학사'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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