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루즈니, 이례적 기자회견 열어 "전자 징병 체계 도입해야"
"군 사령부는 징병 수치 정한 적 없다…탄약·무기·병력 달라"
앞서 전황 교착 주장해 거센 비판 받아…"결국 내가 옳았다"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병역법 개정 논란을 두고 군징병처의 행태를 만족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베르호우나 라다(의회)에는 병력 모집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25일(현지시간) 병역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26일 가디언, 라다 등 외신을 종합하면 잘루즈니 사령관은 병역법 개정안 제출 다음 날 첫 전시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와의 전쟁에수 병력 수급을 위한 군징병처의 업무 행태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개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거리나 검문소에서 시민에게 징병 서류를 나눠주는 것 대신 전자 징병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현행 체제에서는 해외에 체류하거나 집에서 나오지 않는 징병 대상자를 끌어내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군 사령부는 어떠한 수치를 명시한 요청을 제출한 적이 없다"면서 "군 사령부는 탄약, 무기, 병력 공급을 요청한다"고 언급했다.
언론 앞에 나서기를 극도로 꺼려왔던 잘루즈니 사령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병역 논란이 확산하자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22개월째 계속되는 전쟁 와중에 징병 연령 하한선을 현행 27세에서 25세로 낮추는 병역법 개정안은 논란을 빚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말 기자회견에서 "군 지휘관이 추가 병력 45~50만 명 동원을 제안했다"고 발언했다. 그 뒤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속했던 '인민의 종' 소속 다비드 아라하미야 의원은 50만 명 동원을 골자로 한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루즈니 사령관은 해당 수치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이런 수치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는 올해 다소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올해 (외국 지원) 수준에 실망하지 않았다. 물론 그것이 (요청한) 전액은 아니었지만, 자신감 있는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줬다"고 털어놨다. 이는 점차 줄어드는 서방의 지원이 군대의 사기 저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잘루즈니 사령관은 최근 몇 달 동안 젤렌스키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지난달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대반격 상황을 '교착상태'라고 표현한 것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긴장 관계를 드러난 지점으로 꼽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거부하면서 우크라이나를 향한 지원을 유지할 것을 촉구해 왔다. 잘루즈니 사령관의 발언이 반격이 성과를 내고 러시아군을 몰아낼 수 있다고 주장해 온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기 때문이다.
잘루즈니 사령관은 "저는 해당 발언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은 제가 완전히 옳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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