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시장 플랫폼 구축 속도
제도화 시기·중개업 인가 요건 등 안갯속
금융당국 "믿을만한 상품 발굴이 더 중요"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내년 조각투자 큰 시장을 앞두고 증권사들은 신종증권 상품 발행과 유통 준비에 분주해졌다. 내년 한국거래소가 조각투자 장내 시장을 개설하면 1400만 주식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발행 시장이 열리는 셈이며,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소위 '비상장' 조각투자 상품들을 장외 유통시킬 플랫폼도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전망은 갈린다. 조각투자 시장이 코인 시장처럼 활발해지면 수수료 장사로 '제2의 업비트'가 될 수 있단 기대도 나온다. 반면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플랫폼 선점하자"…증권사들 장외시장 준비 분주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내년 개화할 조각투자 시장을 앞두고 플랫폼 구축에 분주하다. 거래소는 내년 신종증권 장내 시장 인프라 구축을 앞두고 지난주 업체들 대상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거래소의 준비 현황을 플랫폼 전략 수립에 참고하려는 다수 증권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사들에겐 크게 발행과 유통이란 두가지 선택지가 있지만, 지금까지는 플랫폼 구축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이미 뮤직카우, 카사 등 기존 조각투자 업체들이 상품 발행 영역에서 앞서 나가고 있기도 하고 향후 코인 시장만큼 매매 중개가 활성화된다면 거래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발행 측면에서 증권사들은 위탁 발행 서비스를 우선 검토하고 있으며, 자체 상품 개발은 상품마다 비정형성이 높은 만큼 실무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정도의 단계에 있다.
장외시장을 구축해 플랫폼을 선점하려는 시도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신한투자증권이 토큰증권 공동망 구축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으며 삼성증권과 SK증권은 3자 협의체 '파이낸스 3.0 파트너스'를 출범시켰다. 미래에셋증권은 SK텔레콤·하나금융그룹과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를 결성, 하나증권은 아이티센·INF컨설팅과 플랫폼 구축 사업을 체결했다.
또 이들 중 다수가 금융위원회가 신설할 예정인 '장외중개업자' 인가 획득을 고려하고 있다. 금융위는 투자계약증권과 수익증권의 다자간 거래를 매매 체결할 수 있는 장외중개업 인가를 신설하고 이를 받은 증권사들이 중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당국 "플랫폼이 다가 아냐…좋은 상품 유통시켜야"
다만 장외시장이라 해도 금융당국에서 유통 가능한 상품의 진입 장벽을 높게 설정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초기 시장인 만큼 투자자 보호 이슈가 불거질 만한 상품은 유통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거를 수 있도록 책임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거래의 활성화보다 투자자 보호가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조각투자, 토큰증권 유통 플랫폼 만들기에 한창인데 중요한 건 플랫폼이 아니라 어떤 적합한 대상을 발견하는지"라고 설명했다.
장외거래중개업자 인가 요건에도 이 같은 시각이 반영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자기자본·인적 요건 등 정량적 기준 외에도 거래 종목의 진입과 퇴출, 투자자 정보 제공, 불량회원 제재, 이상거래 적출 등에 대한 업무 기준도 마련하도록 할 예정이다. 증권사들이 알아서 좋은 상품을 거를 수 있도록 내부 통제 기준을 철저히 본다는 것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이지만, 업계에서는 사설 비상장주식 플랫폼처럼 되는 건 아닐지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과거 비상장주식 장외매매에서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유통 가능한 기업을 엄격히 제한했다.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등을 꾸준히 공시하게 하는 등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기업만 거래시키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당국 지침에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 비상장' 등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는 종목 수는 기존 수백개에서 수십개로 줄어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토큰증권 기초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아직 법안 일정이 확실하지 않아 테스트에 집중하고 있다"며 "또 플랫폼 테스트뿐 아니라 가능성 높은 상품 발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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