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재학생 15명 '몸짱달력' 제작
수익금은 아동복지시설 기부 예정
익명 6000여만원 기탁…7년 간 선행
'공병 팔아 30만원', '수급자 기부'도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경기 침체와 영하권 한파에도 연말연시 추위를 녹이는 따뜻한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들이 '몸짱 모델'을 자처하는가 하면, 수년째 스스로를 감춘 채 온정의 손길을 이어오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19일 뉴시스 취재 결과, 고려대학교 자선달력제작회(제작회)는 15일부터 오는 22일까지 2024년도 자선달력을 판매해 그 수익금 전부를 아동복지시설 요엘원에 기부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달력 제작을 위해 고려대 재학생 15여명이 의기투합했으며, 모델, 메이크업 아티스트, 촬영 등은 모두 재능기부를 받아 진행됐다. 달력에는 '생태계 파괴' '저출산' '학교폭력' '교권침해' '마약 및 약물 오남용' 등 사회적 메시지가 담겼다.
고려대 학생들의 '몸짱 달력' 제작은 올해로 3번째다. 앞서 제작회는 2022년도 달력 수익금 370만원과 2023년도 자선달력 수익금 150만원을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게 기부한 바 있다.
지역에서도 추운 겨울을 훈훈하게 하는 기부 소식이 이어졌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모금회)는 이날 오전 익명의 기부자가 5925만원을 경남 사랑의열매 사무국 앞에 두고 갔다고 전했다.
성금과 함께 놓인 손편지에는 "1년간 모은 적금을 보낸다. 영세한 무료 급식소에 성금이 전달되어 지역사회 어르신들이 배고픔과 고독사가 없기를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모금회에 따르면, 해당 기부자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연말 이웃돕기 성금을 기탁해왔다.
재해·재난이 있을 때마다 성금과 손편지를 보내왔는데, 지난 3월 튀르키예·시리아 지진피해 당시는 성금 300만원, 7월에는 호우피해 성금으로 500만원을 기탁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생활비를 쪼개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도 있다.
남양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남양주시 서부희망케어센터에 익명의 60대 기부자가 오랫동안 생활비 일부를 조금씩 모은 돈이라며 500만원을 기부했다.
A씨는 센터 직원에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어렸을 때 생각이 났다"며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주변의 더 어려운 이웃에게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돈을 모은 이유를 남기고 돌아갔다.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는 서부희망케어센터가 진행하는 우울감 예방 프로그램 등에도 참여한 적이 있는 지역주민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에는 경북 안동에 사는 85세 이필희씨가 1년간 빈 병을 팔아 모은 돈 30만원을 어려운 이들에게 사용해달라며 기부해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이씨는 성금과 함께 전달한 손수 적은 편지에 "이제 내 아이들이 부자는 아니더라도 배 안 고프게 밥 먹고 따뜻한 방에서 잠잘 수 있으니 나도 이제 인생길 마지막에 좋은 일 한번 하는 게 원"이라며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불우한 어린이한테 쓰고 싶다"고 적었다.
추운 겨울을 녹여주는 이 같은 훈훈한 기부 사례가 전해지지만, 경기침체에 좀처럼 기부 분위기가 아나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모금회는 매년 12월1일부터 다음해 1월31일까지 62일 동안 '희망나눔캠페인'을 진행한다.
하지만 전체 모금 기간 중 4분의 1을 넘어선 이날까지도 제주(13.7%)와 울산(14.2%)은 목표 모금액의 15%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