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국회 예산안 처리 예정…SMR 예산 332.8억 삭감
9차례 조정소위서 SMR 논의 전무…"프로젝트에 타격 크다"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국회 예산안 처리가 오는 20일로 예정된 가운데 야당이 '한국형 소형모듈원전(i-SMR)' 기술개발 사업을 포함한 원전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과 관련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시장 진출을 목표로 내년 본격 설계 개발에 착수하려던 'i-SMR' 사업 일정 지연이 불가피한데다 수출 측면에서도 국가적인 손해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와 원전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가 오는 20일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야당이 삭감한 'i-SMR' 기술개발 사업 예산 332억8000만원에 대한 공식적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예산등조정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총 9차례의 소위원회가 열렸지만 'i-SMR' 기술개발 사업 예산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제작지원센터 구축 사업 예산 1억원도 전액 삭감됐지만 역시나 이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 야당이 삭감한 원전 관련 예산은 총 1814억원 가량에 이른다.
SMR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소형 원전을 뜻하는 SMR은 대형 원전의 핵심 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이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것이 특징이다.
'i-SMR' 기술개발사업은 국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사업이다. 이 때문에 예산이 삭감될 경우 개발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예산이 깎이면 실질적인 개발단계에서의 일정이 지연되어서 사업화를 목표로 하는 시점 달성이 어렵다"며 "그렇게 되면 SMR을 개발하는 경쟁국가나 경쟁회사 대비해서 개발과 상용화가 뒤쳐지게 돼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2030년부터 본격적인 SMR 시장이 개화되며 2050년 탄소중립 시대가 본격화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SMR 설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이 시장 규모만 400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SMR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예산 삭감으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SMR 기술 개발이 더욱 지연될 위기에 놓였다.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i-SMR'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분위기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한국원자력학회장)는 "전 세계적으로 94종의 SMR을 개발 중인데 우리나라는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매우 늦게 연구개발 착수했다"며 "뉴스케일(미국 원전 회사)은 16년째 개발을 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지금 첫 삽을 뜨고 있는데 그걸 훼방을 놓아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연구개발이라는 것은 개발 자체도 목적이 있고 인력의 유지하는 차원에서도 목적이 있고 결과가 나오든 안 나오든 국가적으로 어떤 자원과 인력을 유지하는 것들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앞으로 SMR의 역할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수출 상품으로서 개발할 필요도 있고 한 건데 그 싹을 잘라놔서 무슨 국민과 국가한테 득이 된다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도 "이제 박차를 가해도 숨이 가쁜데 우리가 후발 주자라서 스케줄을 굉장히 타이트하게 잡은 것"이라며 "개발 2년 차에 들어가는데 이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설계 개발이 시작된다. 이때 예산을 깎으면 상당히 프로젝트에 타격이 크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돈 없으면 개발 못한다"며 "우리나라는 박차를 가해도 모자란데 예산을 깎는 것은 미래의 먹거리 확보, 일자리 창출,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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