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직전 SSG 감독설 휩싸여
이 코치는 8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3 뉴트리디데이 일구상 시상식'에서 프로지도자상을 수상한 뒤 "올 시즌 팀이 통합 우승을 했는데 남들보다 못 즐겼다. 내년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서 올해 못 즐긴 것을 두 배로 즐기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소 의미심장한 소감이었다. 한국시리즈 직전 감독설에 휘말렸던 것을 떠오르게 했기 때문.
LG가 한국시리즈를 코앞에 둔 시점에 김원형 전 감독 경질로 공석이던 SSG 랜더스 감독 후보군에 이 코치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김성용 전 SSG 단장도 이 사실을 인정했고, 이 코치는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이에 대해 해명해야 했다.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시점에서 타 팀 감독 후보군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 코치에게 마음의 짐이 됐다.
후보군에 오른 사실만 알려졌을 뿐 감독직을 맡지는 못했다. SSG는 이숭용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택했다.
시상식을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난 이 코치는 "팀이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했는데 즐기지도 못했고, 사람들을 피해 다니게 돼 솔직히 우울했다. 팀이 우승한 뒤 일주일 정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며 "걱정해주신 분들도 많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많은 생각을 한 끝에 '내가 왜 피해자가 돼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오늘 시상식도 용기내서 나온 것"이라고 고백했다.
지난달 30일 한 시상식에서도 '올해의 코치'로 뽑혔던 이 코치는 시상식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코치는 "당시 참석하려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포기했다. 그런데 오늘은 피하지 말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당시 일로 가족들도 마음고생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코치는 "아들 둘도 야구를 하는데 감독설 보도가 나온 후 여기저기서 많이 물어본 것 같더라. 감독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아들들이 위로해줬지만 힘들어했던 것 같다"며 "가족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나 때문에 힘들어해서 미안하고 가슴이 아팠다"고 밝혔다.
"이제 털어냈다"고 말한 이 코치의 표정은 밝았다. 내년에 우승하면 누구보다 크게 기쁨을 누리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팀이 29년 만에 우승을 했는데 못 즐긴 것이 너무 아쉬워서 내년에 우승하면 더 오버할 생각이다. 기절이라도 해볼까 한다"며 웃었다.
이 코치의 말을 전해들은 LG 우완 투수 임찬규는 "이 코치님이 선수들에게 굉장히 미안해하시고, 걱정하셨다. 솔직히 선수들 모두 이 코치님을 존중하기에 미안해하지 않으셨으면 한다"며 "지금부터라도 짧게나마 기쁨을 즐기셨으면 한다. 그게 안 된다면 내년에 기쁨을 누리실 수 있도록 또 (우승을)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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