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인요한 혁신위에 전권 약속했지만 공관위에 '주류 희생' 넘겨
혁신 좌초에 대한 책임론 제기…공관위 중립성 문제 등 사퇴론 재 거론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의 조기 해산으로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출범할 때까지 대표 체제를 유지하게 됐지만 혁신을 거부한 것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관위 구성 과정에서 중립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김기현 사퇴론이 다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지난 10월26일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참패를 극복하고자 꾸려진 혁신위에 전권을 약속했다. 김 대표는 혁신위가 1호 혁신안으로 제시한 '당내 화합을 위한 대사면'을 적극 수용하면서 혁신위와 보조를 맞췄다.
그러나 혁신위가 지난달 3일 김 대표 등을 겨냥한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계) 핵심 인사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권고하고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내세워 압박에 나서면서 김 대표와 혁신위간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김 대표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은 바람직하지 않다", "혁신위는 총선을 준비하고 당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기구 중 하나", "대통령을 당무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등 전권을 약속한 혁신위의 활동 반경을 제약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고성 발언을 연이어 내놨다.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첫 공개 회동에 나서 갈등 수습을 시도했지만 희생을 둘러싼 이견은 봉합되지 않았다. 혁신위의 희생 요구는 이어졌고 김 대표도 혁신위 희생 요구에 맞서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보에 나서 적지 않은 상채기를 입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5일 지역구인 울산 남구에서 의정보고회를 개최해 지역구 재출마를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야기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잦은 소통을 강조해 인 위원장의 윤심 언급은 비판하고 본인은 윤심을 언급하는 이율배반적 행보를 한다는 비판을 초래했다.
전권 약속도 빛을 바랬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인 위원장이 승부수로 띄운 '공관위원장 자천' 요구를 즉각 거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에 혁신위가 내놓은 희생 혁신안을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고 미상정 이유를 두고 혁신위와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혁신위원들은 희생 혁신안이 두 번 연속 거절되자 김 대표 등 지도부를 "혁신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면서 '지도부 총사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 카드를 공개 거론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과 2차 회동에 나서 '오는 11일 최고위에서 혁신안을 종합 보고 받는다'는 일종의 타협을 이뤘지만 '공관위나 선거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선택할 일들이 있어 바로 수용하지 못한다'는 원칙에서 물러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 위원장은 같은날 혁신위 조기해산을 공식화한 뒤 김 대표를 향해 "혁신위원장을 맡을 기회를 주고 또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줘서 많이 배우고 나간다"고 뼈 있는 발언을 남겼다.
당 내에서도 지도부가 혁신을 거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혁신위와 관련해 "우리 당에 변혁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당원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던졌지만 기득권 카르텔에 막혀 좌절했다. 그대가 있었기에 한 줄기 희망이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태경 의원은 "혁신위가 아주 열심히 했지만 당 지도부의 비협조로 용두사미가 된 것 같다"며 "국민은 김기현 지도부의 혁신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것만 확인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혁신위를 좌초시킨 김기현 지도부는 이제 국민들이 바라는 우리당의 혁신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지 비전과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기나 방식에서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당대표의 거취는 총선 전략의 일환으로 결정될 문제로 김 대표가 현 시점에서 용퇴 여부를 언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논리다.
당 주류 등 특정인의 거취는 최고위가 의결에 붙일 사안이 아니고 향후 법정 소송 등으로 당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는 문제라는 지적이 당 수석대변인을 통해 공개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한 혁신위원은 뉴시스에 "혁신위는 국민의 마음을 전했고 이제 당이 나머지를 알아서 성공시켜야 한다"며 "공은 (지도부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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