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펀드도 터지나"…미래에셋 투자자들 금감원에 민원

기사등록 2023/12/06 08:20:00 최종수정 2023/12/06 08:21:56

'미국 오피스 빌딩 투자' 맵스미국 9-2호

"쌀 때 배당금까지 추가매수하라더니"…투자자 분통

금감원 "분쟁조정국 이송"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해외부동산 펀드 손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최근 손실이 확정된 '국내 1호'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6년 내놓은 미국 부동산 펀드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3000억원어치가 팔렸다. 투자자들은 모집 당시 판매 증권사가 해외부동산 펀드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 투자를 권유했으며, 운용사 역시 만기를 앞둔 올해까지도 위험 사실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호 해외부동산 펀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이하 맵스미국9-2호)' 투자자들은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대상은 해당 펀드를 공모 단계에서 판매한 미래에셋증권과 운용을 맡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맵스미국9-2호는 2016년 일반 개인투자자 자금 3000억원을 조달해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Dallas) 지역의 오피스 빌딩에 투자했다. 해당 빌딩은 미국 1위 손해보험사 스테이트팜이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어 우량한 빌딩 투자처로 여겨졌다.

특히 맵스미국9-2호는 개인에게 판매한 국내 1호 해외부동산 펀드로 관심을 모으며 판매 당시 10일 만에 완판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운용사는 올해 만기를 앞두고 부동산을 매입가보다 달러 기준 약 30%, 원화 기준 20% 싼 값에 매각을 결정했다. 손실을 보더라도 만기를 연장하지 않고 팔기로 한 것이다. 결국 2016년 9월28일 설정 당시 9786억원을 투자(당시 환율로 약 8억4362만달러)했던 것을 5억8000만달러(약 7879억원)에 매각했다.

운용사는 임대료로 지급된 배당금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본전은 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실은 달랐다. 일부 투자자들은 판매사 프라이빗뱅커(PB) 권유에 따라 배당금까지 모두 재투자해 막심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에 운용사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한 투자자 A씨는 약 11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이후 만기 상환으로 돌려받은 금액 6억7000만원과 3월에 추가로 정산될 5200만원을 합친 7억2200만원에 지난 8년 간 받은 배당금 약 4억원을 더하면 원금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A씨는 수차례 펀드를 추가 매수했다. 2016년 가입 이후부터 나온 4억여원의 배당금을 모두 재투자한 것이다. 이렇게 총 투자한 원금 15억4875만원 중 건진 돈은 절반이 채 안된다.

A씨뿐 아니라 여러 투자자들도 PB로부터 추가 매수를 권유받고 중간에 들어간 점에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문의할 때마다 오히려 "기준가가 낮아졌을 때가 기회"라며 추가 매수를 권유 받았다는 것이다. 해외 오피스 빌딩, 특히 미국은 금리 상승과 재택 비율 증가 등으로 코로나 이후부터 공실률이 치솟아 수차례 위험 신호가 터지고 있던 때였다.

위험 성향에 맞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펀드를 권유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A씨에 따르면 지난 주말 오프라인 모임에 나온 투자자 10여명 가운데 본인과 1명을 제외한 모두가 60대 이상이었으며, 그 중 절반은 증권사 PB로부터 유선상 추천을 받고 동의해 투자를 시작했다.

한 80대 투자자는 PB 권유로 지난해 맵스미국9-2호 수익증권을 매수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만기를 고작 1년 앞둔 시점으로, 사실상 배당은 거의 받지 못하면서 끝물에 투자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융사는 고령 투자자에게 여윳돈을 공격 투자할 수 있는 상품보다 노후자금을 안전하게 굴릴 수 있는 투자처를 권유하곤 하며, 투자 상품의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운 고령자에게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설명 의무 등이 더 까다롭게 적용된다.

다만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공모펀드 설정 3개월 후 주식시장에 상장수익증권 형태로 상장돼 자유롭게 매매가 가능하다"며 "PB 권유로 산 건지, 개인이 직접 증권사 앱을 통해 매수한 건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일부 투자자들은 운용사가 만기를 앞둔 올해까지도 위험 사실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체투자, 특히 해외의 부동산 정보는 개인 투자자가 알기 어려워 운용사의 발빠른 정보 전달이 중요한데 올해 4월까지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낙관적인 전망을 전달해 매도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이다.

판매사를 통하지 않고 상장수익증권을 직접 매수했다는 한 투자자 B씨는 "헐값 매각은 없을 것처럼 언론 인터뷰를 한 것은 엉터리 공시와 다름없고, 수익자총회도 없이 금리 최고점기에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을 강행한 점도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펀드 약관상 투자 자산 매각 의사결정은 수익자총회 결의 사항에 해당하지 않으며, 수익자총회는 통상 펀드의 만기를 연장할 때 투자자 동의를 얻기 위한 의사수렴 절차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민원을 넣은 투자자 중 일부에게 문자를 통해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절차(자율조정)을 거쳤으나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며 "사실 관계 등을 추가로 확인한 결과 민원 내용상 면밀한 검토 등이 필요한 사안으로 확인돼 충분한 검토를 위해 분쟁조정국으로 이송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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