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대신 선행하자" 넥슨 게임이용자들 기부 릴레이

기사등록 2023/12/05 06:00:00 최종수정 2023/12/05 09:17:30

푸르메재단 및 산하 병원에 기부 행렬

"혐오 표현 반대" 취지…기부 인증 잇따라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공식 홈페이지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혐오 대신, 선행으로 대응하자."

넥슨 게임 이용자들이 혐오 표현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자발적인 기부 릴레이를 펼치고 있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기부 릴레이 3일 만에 6000만 원의 성금이 모였고, 온정의 손길이 넥슨 게임 전체 이용자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5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이번 기부 릴레이는 지난 2일 한 '메이플스토리' 이용자가 푸르메재단 및 산하 병원에 기부한 내역을 인증하면서 시작됐다.

그 이후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면서 기부는 '블루 아카이브', '마비노기' 등 다른 게임 커뮤니티로 번지며 규모가 더욱 커졌다. 기부자들이 몰리면서 한때 기부를 받는 푸르메재단 사이트 서버가 한동안 마비되기도 했다.

현재도 넥슨 게임 커뮤니티에는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는 인증 글과 사진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현재까지 커뮤니티에 인증된 기부 금액만 6000만 원을 훌쩍 넘겼으며, 릴레이가 시작된 지 4일차 밖에 되지 않아 기부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이용자는 "평소에도 기부에 관심이 있었는데 투명하게 안 쓰이면 어떡하지, 주변에서 유난 떤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망설였는데 이번 기회에 정기 후원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혐오 없는 세상이 오는데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넥슨 게임 이용자들이 기부 릴레이를 시작한 계기는 최근 게임 업계를 강타한 혐오 표현 의혹과 관련이 있다. 다수의 게임 홍보 영상에서 특정 여성단체가 남성의 신체 일부를 비하할 때 표현하는 '집게 손가락'이 다수 숨겨져 있다는 논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문제의 장면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가 만든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게임 홍보 영상에 등장한다. 얼핏 보면 알 수 없지만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쪼개보면 여성 캐릭터가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모아 집게 모양을 만든 것 같은 장면이 나온다.

이런 장면은 '메이플스토리' 뿐만 아니라 '던전앤파이터'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블루아카이브' '이터널리턴' '에픽세븐' '브라운더스트2' 등 다수의 게임 영상에서 발견돼 의혹을 키웠다. 하나가 아닌 다수가 발견됐기 때문에 '오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것. 스튜디오 뿌리에 영상 제작을 맡겼던 게임사들은 서둘러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집게 손가락' 의혹을 둘러싼 진위 논쟁이 계속됐다. '의도하지 않은 게임 영상 속 한 장면일 뿐 억지 논란'이라는 주장과 '남성 혐오를 목적으로 몰래 집어넣은 것'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충돌했다. 이런 상황에서 넥슨 게임 이용자들이 혐오에 선행으로 대응하자고 목소리를 낸 것이다.

넥슨 게임 이용자들이 선택한 기부처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다. 이 곳은 의료 서비스 취약 계층인 장애아동을 집중적으로 돌보기 위해 2016년 서울 마포구에 개원한 국내 최초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이다.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치과, 소아청소년과 등 4개 진료과 전문 의료진이 협진을 통해 어린이에게 통합적인 재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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