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문연 또 하나의 가락시장…유통마진 '뚝' 농가소득 '쑥'

기사등록 2023/12/03 07:00:00 최종수정 2023/12/03 07:11:29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세계 첫 출범…전인미답의 길

온라인 유통 활성화에 공영도매시장 거래량 감소추세

농산물 도매거래 20% 담당…2027년 3.7조 시장 확대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1985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이 개장한 이래 전국에는 총 33개 공영 도매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매일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이 땀 흘려 수확한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은 산지 수집상을 거쳐 도매시장에 집결한다. 이곳에서 도매상인들이 경매를 통해 가격을 매기면 소매상을 거쳐 소비자 식탁에 오른다.

가락시장을 포함한 공영 도매시장 출범 후 농산물 유통 환경은 30여년간 이 같은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됐다. 조직화된 산지 생산자 단체와 소매업체·소비자 간 직거래가 활발해졌다.

이 같은 유통 환경의 변화로 공영 도매시장 거래금액은 물가 상승 등의 이유로 증가하고 있지만 거래 물량은 감소하고 있다.

농수산물도매시장통계연보를 보면 공영도매시장 거래금액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거래금액이 13조4259억원에서 2021년 14조5285조원으로 8.2%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거래물량은 721만9353t에서 681만5922t으로 5.9% 줄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온라인 유통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공영도매시장의 거래물량은 최근 더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공영도매시장 역할이 점차 축소되는 가운데 디지털 시대 농산물 유통 환경에 있어 일대 변혁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농산물도매시장이 문을 열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경기도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과일 경매가 진행 중이다. 2021.09.13. jtk@newsis.com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에서 전 세계 최초로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이 공식 출범식과 함께 본격적인 거래에 돌입한 것이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출범식에서 "세계 최초로 운영하는 온라인 도매시장은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며 "온라인상 또 하나의 가락시장을 만든다는 목표로 2027년까지 3조7000억원 규모로 온라인 도매시장을 키우고, 이를 통해 도매 단계 유통비용을 7000억원 절감해 모든 혜택을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도매시장은 온라인 유통 구조의 트렌드를 극대화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의 단점은 보완했다. 온라인으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한 농산물을 거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생산농가→산지유통인→선별·포장 수집조직→도매시장(도매법인·중도매인)→소매업체→소비자로 이어지는 복잡한 기존 유통 경로를 대폭 간소화했다.

공판장·도매시장법인·산지출하조직이 판매자로 나서 중대매인·식자재마트·가공업체 등 구매자와 온라인도매시장을 통해 직접 거래할 수 있다. 1~2단계만 거치면 소비자들은 원하는 농산물을 받아볼 수 있는 셈이다.

유통 구조가 개선되면서 거래 단계마다 발생하던 물류비용과 수수료 등도 줄어든다.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에게 전가되던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가 소득은 올라가고, 소비자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원하는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세종=뉴시스] 기존 농산물 도매시장과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비교. *재판매 및 DB 금지

온라인도매시장이 유통비용 절감과 농가소득 증가는 물론 양질의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농식품부가 공식 출범에 앞서 지난 10월 중순부터 한 달간 진행한 파일럿 사업을 통해 거래된 111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가능성을 증명했다.

온라인 거래는 오프라인 거래에 비해 농가 수취가격을 4.1% 높이고, 소매단계 구매가격은 3.4%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 경로를 단축하면서 농가가 부담해오던 수수료와 운송비가 각각 30% 이상 감소하고, 전체 유통 비용이 7.4%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설이나 추석, 김장철 등 농산물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출하 농산물이 공영도매시장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경매 등 거래절차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품질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도 줄어들 전망이다.

온라인도매시장 1호 거래는 유명 방송인이자 외식사업가인 백종원씨가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와 전남서남부채소농협 간 양파 거래로 기록됐다. 서남부채소농협은 산지인 무안에서 양파 10t 물량을 선별해 충북 음성에 있는 더본코리아 전처리센터로 직배송한다. 더본코리아는 이 양파를 1차 가공을 거쳐 자사 외식 프랜차이즈에 공급하게 된다.
[세종=뉴시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출범식에서 온라인도매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농식품부는 온라인도매시장 거래규모를 2027년까지 3조7000억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온라인도매시장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품질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판매자 자격요건을 연간 거래 규모 50억원 이상 생산자단체·법인으로 설정했다. 품목, 수량 등 기본정보 외에 온라인 거래에 적합하도록 상세한 품질 정보도 제공한다. 품질 관련 분쟁도 3단계 분쟁조정 과정을 통해 합리적으로 해소하기로 했다.

출범 초기 거래 활성화를 위해 판매자 플랫폼 이용 수수료(거래 금액의 0.3%)를 3년간 면제한다. 구매자를 위해서는 특별 보증보험증권(보험료율 상한 1.85%)을 제공하고, 일부 보험료 환급도 지원한다. 물류업체 매칭 수수료(10%), 견본택배비 등 물류 관련 비용도 지원한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온라인도매시장이 기존의 오프라인 도매시장의 거래물량을 상당부분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산물 도매거래 금액의 20%를 온라인도매시장이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과 온라인 도매시장이 건전한 경쟁관계를 형성하면 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사려는 구매자와 상품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농업인 사이에서 적정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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