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시청 앞 분향소 400일 추모제
"시간이 잘 흘러갈수록 우리는 더 허탈"
4~8일 '특별법 제정 촉구 10.29㎞ 행진'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국회든 대통령실이든 언론이든 두드린다고 두드리는데 응답이 없습니다. '대화 좀 해봅시다' 얘기해도 듣지를 않아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진세은씨의 아버지 진정호씨의 말이다. 참사 400일째인 2일 저녁 진씨는 찬 바람이 부는 서울시청 앞 광장 분향소 앞에 있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6시께 중구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서 '이태원 참사 400일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기온이 5도에 머무는 스산한 겨울 날씨에도 유가족들은 보라색 비니와 두꺼운 겉옷을 입고 분향소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어둑어둑한 광장을 희생자를 상징하는 별 모양 전구들이 밝혔다. 추모 발언 중간중간 희생자를 기리는 공연이 이어졌다. 손을 맞잡고 지켜보던 유가족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유가족과 시민 50여명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한 의지를 다졌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시간은 무상하게 잘 흘러간다. 시간이 잘 흘러갈수록 우리는 더 허탈하다"며 "우리 손에 쥐어진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1년 동안 우리가 쌓아왔던 그 결실을 볼 때가 다가왔다"며 "올해에 특별법을 꼭 통과시켜서 우리 아이들에게 바치고 싶다. 내년을 진상규명의 해로 명명하고 참사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 진정호씨는 "대화를 통해 설득되기도, 우리 주장으로 그분들을 이해시킬 수도 있다"며 "그런데 대화 진행 자체가 안 되니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옹기종기 모인 대오 중간쯤에서 고 이상은씨의 부친 이성환(57)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추모제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씨는 참사 이후 흘러간 나날에 대한 소회를 묻자 "우리 가족의 슬픔과 아픔을 안고 상은이의 명예 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해 해야 할 것하면서 앞으로 버티고 나아갔다"며 "400일 동안 버티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세월을 보냈다"고 술회했다.
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는 오는 4일부터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8일까지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서 국회 앞까지 걸어가는 '특별법 제정 촉구 매일 10.29㎞ 보라리본 행진'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월요일부터 행진을 시작하고 국회에서 24시간 철야 농성을 시작한다. 오늘은 그 마음을 다잡는 추모문화제"라고 설명했다.
유가족의 행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참사 100일째였던 지난 2월, 특별법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던 6월에도 행진했다.
지난 8월 참사 300일을 맞아선 폭우 속에서 분향소에서 국회까지 삼보일배를 했고, 1주기인 10월29일에는 참사 현장인 이태원 골목에서 서울광장까지 걸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