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인요한 공관위원장 요구에 "실현 가능성 없어…당 위기 자초"

기사등록 2023/12/01 10:29:17 최종수정 2023/12/01 11:49:30

김기현, 인요한 공관위원장직 요구 거절

여 "즉흥적…지도부 물밑 접촉 부족한 듯"

"혁신 받아달란 강한 표현…가능성 없어"

"공관위 운영할 시기 아냐…기다려 줘야"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3.11.30.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국민의힘은 1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혁신안을 관철할 수 있도록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요구한 것을 두고 "잇따른 실언으로 당 위기를 자초했다"고 평가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전영신의 아침저널' 라디오에서 "순수한 의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즉흥적으로 말씀한 건 당내 많은 우려를 사고 있는 사항"이라며 "김기현 대표가 거절한 걸로 봐서는 (지도부와) 물밑 접촉이 없었거나 부족했다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인 위원장은 전날 혁신위 회의 후 "저 자신부터 희생하며 당 지도부에 제안한다. 이번 총선에 서울 서대문 지역구를 비롯한 일체의 선출직 출마를 포기하겠다"며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한 말씀이 허언이 아니라면, 저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김기현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그동안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관위원장 자리를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것이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인 위원장의 요구를 거절했다.

홍 의원은 이를 두고 "인 위원장의 진심은 알겠다. 지도부가 희생(혁신안)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이를 (관철)하기 위해서라도 본인을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는 뜻"이라면서도 "공관위원장이 총선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민감한 자리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선택되느냐에 따라 총선 승패가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혁신위의 중진·친윤 험지 출마·불출마 요구에는 "김기현 대표도 '밥을 급히 먹으면 체한다'는 표현을 했는데, 인 위원장이 자꾸 (결단의) 시기를 정하는 게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임기 내 성과를 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데, 당 중진으로서는 체면이 빠진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라디오에서 "설마 진짜 공관위원장을 요구하는 것이겠나. 혁신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달라는 강한 표현일 것"이라면서도 "지금처럼 국회에서 탄핵안을 가지고 철야농성을 하는 엄중한 시국에 공천 관련 직책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실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가 그동안 혁신위를 응원했던 것은 공관위원장을 하라고 응원했던 게 아니었다"며 "혁신안의 본질에 좀 더 집중해 주면 좋겠다. (중진의) 헌신과 결단은 정치를 오래 한 분들이 명예롭게 본인의 시간표대로 내릴 수 있도록 기다려 줘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요한 혁신위가 긍정적인 흐름을 만들어 낸 건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나 다른 혁신위에 비해 큰 주목을 받은 셈"이라며 "꼭 중진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초선도 당을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깊은 고민 중일 것이다. 지금은 예산안 정국이라 본격적인 총선 공천 분위기에 들어가긴 좀 이르다"고 짚었다.

인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 필요성을 언급한 것에는 "현재 비대위에 대한 논의는 전혀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인 위원장께서 비대위와 선거대책위원회 단어를 혼용해서 쓰던데, 혁신위 활동 종료 이후에 내각 스타 장관들이 당에 돌아와 쇄신해야 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국회의장 사퇴촉구 및 의회폭거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1.30. bjko@newsis.com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인 위원장이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제안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했다"며 "혁신안에 반발하는 많은 분이 계시는데 당 대표가 (당장 혁신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공관위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는 시기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기현 대표가 인 위원장의 제안을 거절한 것을 놓고도 "당연히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공관위의 출범 시기는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요구가) 공개적으로 표출되지 않았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강민국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잇따른 실언으로 당의 위기를 자초하는 혁신위원장의 행보에 유감"이라며 "혁신위는 의원들의 정치적 생명을 쥐고 이래라 저래라하는 '옥상옥'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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