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앞에서 만난 불자 김모(47)씨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칠장사 앞은 오전부터 대한조계종 33·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69) 스님 사망 소식을 듣고 찾아온 신도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칠장사는 경찰과 소방 등의 합동감식으로 주변이 통제돼 신자들은 절 입구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칠장사 주차장까지만 출입이 허용됐고, 나머지 모든 구간에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됐다. 신자들이 사찰로 드나들던 길목에도 경찰이 배치돼 통행을 제한했다.
이모(52)씨는 "자승스님이 입적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며 "불교에서 정말 많은 일을 한 분인데 안타깝다"고 했다.
자승스님은 전날 오후 6시50분께 칠장사의 승려 숙소(요사채) 화재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이 모두 불에 타 신원 확인이 어려웠으나 당시 칠장사를 방문한 자승스님이 화재 전후로 연락이 닿지 않자 자승스님이 언급됐고, 사실로 확인됐다.
화재 현장에서는 자승스님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2장 분량의 메모도 나왔다.
'칠장사 주지스님에게,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것이고,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고 적혀있다. 또 '경찰분들께, 검시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CCTV에 다 녹화되어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합니다'는 내용도 있다.
경찰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고 있다. 당시 사찰에 있던 주지 등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면서 동시에 DNA 확인, 필적 감정 등을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조계종은 이날 자승스님이 소신공양(燒身供養)했다는 판단을 내놨다.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조계종 대변인 우봉스님은 "자승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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