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업체 대표 구속, 공범 35명과 송치
전기차 보조금 제도의 허점 노려 범행
중국서 배터리 등 부품 빠진 차체 들여와
지인들 끌여들여 허위 판매계약서 작성
1년간 지자체에 보조금 54억 받아 편취
일부는 배터리 붙여 팔아…30대는 방치
"부정 수급 첫 적발…지자체에 환수 통보"
[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전기자동차 구매 보조금 제도의 허점을 노리고 중국에서 배터리 등 부품이 빠진 이른바 '깡통차'를 들여온 뒤 실제 판매한 양 서류를 꾸며 1년 동안 54억원가량을 타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최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로 자동차 수입·제작사 대표 A씨와 자동차 특장업체 대표 등 공범 35명을 검거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업체 대표 A씨에 대해선 지난 22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수사를 벌여 나머지 공범들과 함께 전날(29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A씨는 자동차 제작증과 구매 계약서 등 서류만 갖추면 환경부의 저공해차 구매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2020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전기차 보조금 54억원가량을 부정 수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인들을 통해 차량 구매 계약서에 필요한 명의를 대여해 줄 법인과 개인을 모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중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했던 그는 중국을 통해 배터리를 비롯한 부품이 부착되지 않은 차체 92대를 수입했다. 이후 거래처(법인)나 지인 등 35명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전기 자동차 판매 허위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동차 제작사의 경우 검사소 등을 통한 차량 점검이 사실상 생략되는 자동차 등록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자동차 제작증을 비롯한 서류를 조작한 후 완성 차량인 것처럼 차량을 등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이렇게 마련한 서류를 김포, 대구, 용인 등 3개의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제출해 전기차 보조금 54억원가량을 편취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부정 수급한 보조금 일부를 사업 자금으로 활용하는 다단계 방식의 범죄 수법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 결과 등록된 차량 92대 중 30대는 보조금 수령 목적으로만 사용된 이후 차고지 등에 방치돼 있었다. 나머지 차량은 배터리 등 부품을 부착해 캠핑카나 학원버스로 팔아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부품을 부착해 판매된 차량들도 나중에 문제가 속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는 배터리 불량이나 화재가 발생해 수리, AS 요청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7월 범죄 첩보를 입수한 후 탐문, 계좌추적, 세관 자료 확보 등 수사를 거쳐 피의자들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A씨는 구속 상태로, 나머지 공범 35명은 불구속 상태로 송치했다.
이번 사건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 부정 수급 사실을 국내 최초로 적발한 사례다.
유관 부처인 환경부와 보조금을 지급한 지자체에도 부정 수급 보조금 환수 요청을 통보하고, 범죄 수익 추징 절차를 진행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박민영 관악경찰서장은 "확인된 수법 등을 토대로 계속해서 유관 부처 간 공조를 강화해 국고가 누수되는 보조금 부정 수급을 척결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엄정한 단속과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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