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울산 의정보고회·윤심 발언 질문에 '묵묵부답'
원희룡, 희생 이미지로 개각 이후 정치적 공간 확
김 대표는 오는 30일까지 '변화가 보이지 않으면 강한 메시지를 내놓겠다'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최후 통첩에도 '마이웨이'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 주말에 혁신위 희생 요구를 거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지역구 의정 보고회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을 거론해 당 안팎에서 눈총을 샀다. 김 대표는 혁신위에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거론하지 말라고 해놓고 본인은 윤심을 팔아 버티기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원 장관은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구에 화답하면서 김 대표와 혁신위간 갈등 국면에서 존재감을 부각했다. 인 위원장은 김 대표의 의정 보고서 당일 원 장관과 공개 오찬 회동에 나서 '혁신의 첫 단추'라며 원 장관을 추켜세웠다. 인 위원장은 "장관이 고민을 표명한 것도 행동이다. 원 장관처럼 행동으로 옮기는 분들이 많이 나오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 등 침묵하는 주류를 압박한 셈이다. 원 장관은 자의반 타의반 당내 희생의 상징으로 부각되면서 정치적 입지를 키우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직후 기자들로부터 '울산행은 출마를 의미하는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과 자주 통화한다고 했는데 출마 의사가 아니냐' 등 현안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김 대표는 의정보고회 발언은 '당대표가 대통령과 소통이 없고 팽 당했다'는 정보지(지라시)가 나돌아 대통령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뿐이라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혁신위에 대통령에 언급하지 말라고 한 것과는 사안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지난 25일 지역구인 울산 남구에서 세 차례 의정보고회를 개최했다. 김 대표가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의 일상업무라는 설명에도 의정보고회는 지역구 재출마를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김 대표는 의정보고회에서 "저는 대통령과 자주 만난다. 어떤 때는 만나면 한 3시간씩 얘기한다. 주제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프리토킹한다"며 윤 대통령과 소통을 거론해 혁신위의 희생 압박에 윤심으로 맞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불러왔다.
김 대표는 16일 '윤석열 대통령 측에서 소신껏 일하라는 신호가 왔다'며 당 지도부 등의 희생을 압박한 인 위원장을 겨냥해 "대통령을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해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원 장관은 인 위원장과 김 대표의 신경전 속에서 먼저 희생을 자처하면서 개각 이후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만들고 있다.
원 장관은 25일 인 위원장과 오찬 회동에서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줄이다. 제게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그것이 설사 희생이 따르더라도 도전과 헌신에 대해 누구보다 더 앞장서겠다"고 희생을 자처했다. 당 지도부 등의 반발을 언급한 듯 "혁신위원장께서도 필요한 분들 더 만나서 대화하시고 국민들이 원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보다 더 분명하게 제시해주기를 바란다"며 대화와 비전하는 모습도 보였다.
원 장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항마라는 당내 평가에 대해 "저는 지금 제 행보 자체에 관심이 모이기보다는 혁신위가 반드시 성공해야만 우리 당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당 안팎에서 긍정인 반응이 나온다.
인 위원장은 원 장관을 향해 "첫 단추라 저만 기쁜 게 아니라 보고 있는 국민이 기쁠 것 같다"며 "원 장관처럼 행동으로 옮기는 분들이 많이 나오리라 믿고 있다. 감사하다"고 격려했다. 이어 "희생이 있으면 반드시 희생의 가치에 보상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배준영 전략기획부총장은 27일 '특집 1라디오 오늘'에 출연해 "원 장관은 국회의원을 3번 했고 도지사를 재선했다. 장관까지 하셔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춘 인물"이라며 "이 시점에서 본인이 뭘 해야 될지 그리고 당원과 국민이 자기한테 뭘 기대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 같다"고 반겼다. 이어 "당에 대한 헌신을 할 굳은 의지를 좀 읽을 수 있겠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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