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드커 총리 "기도가 답 받았다…가족에게 엄청난 안도"
코헨 이 외무장관 "도덕적 나침반 잃었다"…대사 초치·문책
논란 일자 버라드커 총리 "많은 이가 본래 말뜻 이해할 것"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가 아일랜드 국적을 가진 9세 소녀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로부터 풀려난 일을 두고 "실종된 아이가 발견돼 돌아왔다"고 표현했다. 이를 두고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발끈했다.
26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가디언, B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버라드커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임시 휴전 이틀째인 전날 풀려난 인질 17명 중 포함된 에밀리 핸드(9)가 포함됐다는 소식에 성명을 내어 "실종된 무고한 아이가 이제 발견돼 돌아왔고, 우리나라는 엄청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기도가 답을 받았다"라며 "오늘은 에밀리 핸드와 그 가족에게 엄청난 기쁨과 안도의 날"이라고 했다.
인질 석방 첫날인 지난 24일에는 이스라엘 민간인 13명과 외국인 11명을 포함해 인질 24명이 풀려났고, 이튿날인 지난 25일에는 이스라엘인 13명과 태국인 4명 등 17명이 추가로 석방됐다. 에밀리 핸드는 아일랜드와 이스라엘 이중국적자로 둘째 날 석방된 이스라엘인에 포함됐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 정부는 크게 반발했다. 코헨 장관은 SNS에 해당 게시글을 공유하면서 "도덕적 나침반을 잃어버려서 현실 점검이 필요한 것 같다"며 "부끄러운 줄 알라"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면서 "에밀리 핸드는 '실종'된 것이 아니라, 그의 새어머니를 살해한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IS)보다 더 끔찍한 테러 조직에 납치됐다"면서 "에밀리 (핸드)와 다른 이스라엘 아이 30명 이상이 하마스에 인질로 잡혔는데 버라드커 총리는 테러를 합법화하고 정상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코헨 장관은 자국에 주재하는 아일랜드 대사를 초치해 정식 항의하고 문책했다.
에일론 레비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버라드커 총리의 표현이 숲을 산책하다 실종된 뒤 발견된 소녀에게는 적절한 표현이지만, 이웃을 잔인하게 학살한 암살단에 납치된 소녀에는 부적절하다"고 날을 세웠다.
아일랜드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도 "말은 중요하다. 특히 생명이 걸린 전쟁, 극단적인 담론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논란이 일자 버라드커 총리는 마이클 마틴 아일랜드 외무장관과 함께 에밀리 핸드 가족을 만난 뒤 "대다수의 사람은 아이가 집에 돌아올 때 느끼는 놀라운 기쁨과 경외심을 떠올리며 내가 말하려고 했던 내용을 이해한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사이먼 코브니 기업통상고용부 장관은 "실종됐다는 말은 성경 용어"라면서 성명 전체를 읽어보라고 해명했다. 아일랜드는 국교는 없지만, 인구 상당수가 기독교 신자다. 특히 미국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아일랜드 인구 78%가 가톨릭교 신자였다.
앞서 코헨 장관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가 이스라엘을 비판하자, 자국에 주재하는 양국 대사를 초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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