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현재 솔본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새롬기술은 1993년에 설립돼 1999년 8월 2300원의 공모가로 증시에 입성한 회사다. 이 종목은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등장했던 기업이기도 하다. 극 중 이 회사를 모티브로한 '뉴데이터테크놀로지'처럼 이 회사의 주가도 상장 이듬해 3월30만8000원까지 약 134배 수준으로 폭등했다.
상장 당해 연도 10월 저점(1890원) 대비 상승률로만 따지면 163배에 이른다. 한국증시 역사상 역대 최고의 상승률과 낙폭을 기록한 종목이라는 기록을 동시에 갖고 있다. 하지만 주가 폭등 현상은 오래 가지 못했다. 1년 만에 고점대비 98% 추락하며 수많은 개미들을 울렸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솔본의 주가는 전일과 같은 4110원 보합으로 마감했다.
배우 송중기가 맡은 극중 인물 진도준은 전생에서의 자신을 죽음으로 몰 간 순양그룹에 복수하기 위해 주가가 급등했다가 폭락한 뉴데이터테크놀로지를 이용한다. 극중 진도준의 고모인 진화영은 4000억원이 당장 필요한 찰나에 뉴데이터 얘기를 듣고 투자한다. 처음 투자한 30억원이 순식간에 뛰어올라 90억원의 차익을 얻게되자 대출로 돈을 끌어모으고 회삿돈을 횡령해 뉴데이터에 몰빵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뉴데이터테크놀로지가 바로 '다이얼패드'로 한때 코스닥 시장을 들었다 놨던 새롬기술이다. 당시 무료 인터넷 전화 서비스 신드롬을 일으키며 수 많은 개미들이 몰려들었고, 개미뿐 아니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너도나도 이 회사에 투자를 했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중공업 등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은 새롬기술에 무려 88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2000년대 글로벌 IT버블은 새롬기술 주가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당시 새롬기술의 PER(주가이익비율)은 2000배를 웃돌았다. 회사 이름 뒤에 '닷컴'이 붙기만 하면 주가가 오르던 시대의 해프닝이었다.
그런데 새롬기술은 이만한 투자를 이끌어낼 실적이 나오던 회사도 아니었다. 상장 첫 해였던 1999년 새롬기술은 262억원의 매출에 1억5700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곧바로 이듬해인 2000년에는 매출이 137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고꾸라졌고 영업손실은 216억원에 달했다. 결국 다이얼패드는 매각됐고 오상수 사장이 허위공시로 구속되면서 코스닥 신화는 막을 내렸다.
새롬기술은 이후 잇딴 경영권 분쟁을 겪은 후 2004년 3월 솔본이라는 현재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솔본은 의료기기 업체 인피니트헬스케어와 투자사인 솔본인베스트먼트 등을 거느린 지주회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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