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부산에서 또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23)은 1심 재판 선고기일에서 숨죽인 채 가만히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24일 오전 10시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부산법원종합청사 351호 법정에서 살인 및 사체손괴,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의 1심 선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장은 취재진과 시민들로 인해 빈틈없이 꽉 찼으며, 교도관과 함께 재판장에 들어선 정유정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단발머리에 연두색 수의를 입은 정유정은 둥근 안경과 흰 마스크를 쓰고 재판에 참석했고, 정유정은 피고인석에 앉음과 동시에 책상 앞에 설치된 마이크를 자신의 위치에 맞게 조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정유정의 성장 환경을 이야기하며 재판을 시작했다.

재판부가 정유정의 가정불화, 아버지와의 갈등, 대학 진학 실패 등을 언급하는 내내 정유정은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고만 있었다.

이어 재판부가 정유정의 범행 내용과 관련된 범행 동기, 범행 도구, 시신 훼손 방법 등을 자세히 전할 때에도 정유정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정유정의 변호인은 재판 진행 중 안경을 벗기도, 두 손을 감싸기도, 자신의 옆에 앉은 정유정을 힐끔 쳐다보기도 했지만, 정유정은 자신이 끼고 있는 안경을 손으로 몇 차례 올리는 등의 작은 행동만 보였다.

재판부가 선고를 위해 큰 목소리로 "주문"을 외치자 정유정은 놀란 듯 자신의 상체를 살짝 일으키기도 했지만, 다시 고개를 떨궜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도 정유정은 고요한 모습을 보였고, 이내 자신의 얼굴을 가리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한 뒤 재판장을 빠져나갔다.

재판부는 이날 정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우리 법제상 사형 이외에 가장 무거운 형벌로서 무기징역 형을 가해 피고인으로 하여금 향후 기간의 정함 없이 사회로부터 온전히 격리된 상태에서 수감생활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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