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잘한 결정…균형 맞지 않는 평화 어딨나"
야 "너무 호전적…정치적 이득 얻는 사람 명백"
[서울=뉴시스] 이승재 조재완 기자 = 여야는 23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것을 두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정부가 북한의 정찰위성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9·19 군사합의 일부에 대해 효력정지 조치를 취한 것을 두고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군사합의 자체를 '굴종적 조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반면 야당은 정부의 효력정지 선언으로 사실상 북한의 합의 파기를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셈법 아래 정부가 의도적으로 적대적 남북관계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방위 회의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과 맺었던 모든 조약이나 선언들 절대로 먼저 깬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성 의원은 "이번에 9·19 군사합의가 문제가 되는데 정말로 무능하게 맺은 굴종적인 조약"이라며 "여기서 평화 얘기를 하지만 균형이 많지 않는 평화가 어딨겠나"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북한은 유엔 결의를 위반하고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으면서 9·19 합의를 거의 깨다시피 해서 우리가 1조 3항에 대해서 일부 효력정지를 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이후) 북한이 이에 대해서 군사합의를 깨겠다고 하는 선언을 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에게 "대한민국 정부가 (9·19 군사합의를) 먼저 깬 것인가. 북한이 먼저 깬 것인가"라고 물었고, 신 장관은 "북한이다. 실질적으로 파기해 왔고, 오늘은 선언적 파기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다른 여당 의원들도 정부의 입장에 동의하면서 지원 사격에 나섰다.
같은 당 이헌승 의원은 정부의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 조치에 대해 "필요하고 잘한 결정이라고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이어 신 장관에게 "먼저 완전 폐기를 선언하지 않고 일부 조항을 효력정지한 것은 어떤 의미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신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고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무력 침공을 하겠다는 위협 행위가 없어지면 그 조항들은 다시 복원될 수 있기 때문에 효력정지를 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의원은 "북한의 도발은 이제까지 타당한 근거나 이유가 전혀 없었고 향후 이뤄질 북한의 도발도 우리가 취한 조치와는 별로 관계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북한은 이미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위협을 해왔고 우리는 이제까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효력정지 조치로 북한이 합의를 파기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줬다는 점을 지적했다. 나아가 내년 총선을 노린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두 당사자가 합의를 했는데 어느 한 부분만 안 지키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합의문을 파기한 것"이라며 "1조 3항과 관련해 남북 쌍방이 같이 합의해 정지해야 하는 것이지, 내가 효력을 정지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전체를 파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우리가 효력정지하고 북한이 파기해 전면적인 파기 상태가 되면 직접적 군사대결이 고조되는 것 아니냐"며 "너무 호전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 장관은 "남북관계발전법에 의하면 일부 또는 전부를 효력정지시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했다. '호전적'이라는 정 의원 지적에는 "정말 이상하게 생각된다"며 "북한의 행동은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해석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김병주 의원도 "효력정지를 할 때 모든 것은 실익이 있다"며 "잃은 것은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신 장관은 "잃은 것은 따질 필요도 없다"며 "(잃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잃을 게 왜 없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당장 북한이 이것(합의 파기)을 했을 때 어떻게 나오리라고 예상하냐"며 "비행금지구역을 정해 북한이 까막눈이 됐는데 지금 북한이 눈을 뜨게 만든 것이다. 접경지에서의 북한 무인기와 드론 활동이 아주 활발할 것이고 주기적으로 드론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도 "우리가 9·19 군사합의를 일부 효력정지하든 파기를 하든 저쪽 아이들의 대응은 불 보듯 뻔한 것 아니겠나"라며 "이런 상황이 초래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되물었다.
그는 "김정은은 체제를 유지하고 정권을 보위해 나가는 데 이런 상황 자체가 너무 꿀 같은 상황"이라며 "적대적 공존 관계를 구축하는 윤석열 정권 역시 대단히 꿀 빠는 상황일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양쪽 정권을 잡은 집단과 세력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충실한 접근법들을 착착 진행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라며 "한반도 대립과 갈등 상황을 이용해서 정치적 이득을 획득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설훈 의원은 '합의 파기로 잃을 것 없다'는 신 장관 발언에 "국방 장관은 무슨 생각이 있나"라고 언성을 높였다.
설 의원은 "1조3항을 정지시키겠다고 발표하면 북한이 어떤 대응을 할지 예상 못했나"라며 "그걸 모른다는 것이냐. 잃을 것이 없다니, (진짜) 없단 말이냐"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나면 우리가 50배 손해나는 것은 뻔한 것 아니냐"며 "어떻게 잃을 게 없다고 함부로 이야기를 하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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