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파]②
고금리 장기화에 이자 부담 커져·매물 내놔도 거래 절벽
금리 추가 인상 단행하면 영끌족 매물 출회 늘어날 전망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치솟는 금리에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막막합니다."
집값이 급등했던 재작년 초 주택담보대출 4억원을 받아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한 박모(37)씨는 최근 밤잠을 설치고 있다. 한 때 6억원까지 오른 집값이 현재 4억원대로 다시 떨어지면서 고민 끝에 급매로 집을 내놨지만,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박씨는 "가능한 모든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했지만, 금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르면서 지금은 후회한다"며 "금리가 또 오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시중은행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아 투자한 사람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집값 급등 시기에 이른바 '패닉바잉'(공황구매)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섰다가 대출 이자가 급등하면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내놓아도 사려는 매수자가 없다 보니 '진퇴양난'이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두 달 연속 오름세다.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연 7%를 넘어섰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지난달 3.82%로 전월 대비 0.16%p(포인트)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금융채 5년)는 4.14~6.584%로 나타났다. 변동금리(코픽스 신규)는 연 4.53~7.116%로 이미 7%를 돌파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침체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자기 집을 소유한 20·30대 연령층이 전년보다 12만3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 영끌족이 보유한 주택을 처분한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2022년 주택소유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0세 미만 주택 소유자는 27만4000명, 30대는 154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각각 1만7000명, 10만6000명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0세 미만 주택 소유자는 25만1000명으로 2년 새 4만명 늘었지만, 지난해부터 감소했다. 30대 역시 164만명대를 유지하다가 큰 폭으로 줄었다. 고금리 기조로 20·30대 이자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집을 처분하고 싶어도 처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파트 거래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총 3367건으로, 전달(3860건) 대비 약 1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3188건)부터 3000건을 웃돌던 거래량이 지난달에는 1923건으로 주저앉았다. 아직 신고 기간(30일 이내)이 남았기 때문에 지난달 최종 거래량은 더 늘어나겠지만, 3000건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에선 이자 부담이 커진 영끌족들의 매출 출회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담대 금리 상단이 8%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자 부담을 느낀 영끌족들이 버티지 못하고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추가 인상되면 영끌족의 매물 출회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잇단 금리 인상으로 원리금부터 이자까지 부담이 커진 영끌족이 늘고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이자 부담이 커진 영끌족의 매물 출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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