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ETF 유동성공급자 공매도 내역 점검…금지할까

기사등록 2023/11/21 10:54:01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위원회가 상장지수펀드(ETF)의 유동성 공급자(LP) 역할을 하는 증권사들이 공매도로 수익을 내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이들의 공매도가 수익을 내기 위한 적극적 매매가 아닌 만큼 수익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시장 의혹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주 LP 역할을 하는 증권사들의 공매도 자료를 제출받아 들여다보고 있다.

LP는 ETF가 원활히 매매될 수 있도록 호가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매수와 매도 중 한쪽으로 포지션이 잡히지 않도록 양쪽에 주문을 넣어 거래가 발생하도록 하는데, 그 과정에서 위험 회피를 위한 기계적 공매도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ETF 유동성공급자는 수익을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게 아니라 수급에 따라 수동적으로 운용하다보니 수익이 많이 나진 않을 것"이라며 "사실인지 확인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조성자와 LP가 불법 공매도의 온상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잦은 매매와 낮은 호가 공급 등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시장 안정과 유동성 공급을 위해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의 공매도가 불가피하다는 설명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지만, 개인들의 의구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에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토 이후 있을 금융당국의 입장 발표에 관심이 쏠린다.

예상대로 이들이 공매도를 통해 얻은 수익이 미미하고 시장 유동성 공급이라는 목적에만 부합한 거래가 이뤄졌다면 이들에 대한 공매도 금지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 공매도 금지의 근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에는 코로나로 인한 공매도 전면 금지 기간 중 적발된 시장조성자 불법 공매도로 시장조성자들에 대한 혜택이 크게 줄어들고 업틱룰(직전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공매도 호가를 낼 수 없도록 하는 제도) 면제가 사라지는 등 한차례 제도 개선이 있기도 했다.

이 밖에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의 공매도를 막으면 투자자 보호나 시장 발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한 뒤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의견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 금융위 요청에 따라 금감원은 지난 15일부터 LP 역할을 맡은 6개 대형 증권사들의 현장 점검에 착수했다. 검사는 28일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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