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올해 여러 작업을 하면서 사랑을 시작한 기분이에요. 마치 음악적 사파리(탐험)를 떠나는 것 같죠. 앞으로 5년간의 여정에 기대가 커요."

내년 1월 취임하는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서울시향의 새로운 돛을 올린다. 그는 현재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도 맡고 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2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년 시즌 간담회에서 "서울시향과의 작업은 매우 놀라운 경험"이라며 "저는 서울시향이 전 세계 어떤 오케스트라와도 견줄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제게 그 경쟁력을 보여줬고, 저도 기대감을 갖고 있어요. 우리가 원하는 양질의 연주를 위해선 많은 준비와 훈련을 하고 즐겁게 음악을 해야 하죠. 매번 최상의 연주를 들려주는 게 중요하고, 우리는 그 실력을 매주 매시간 매분 증명해야 해요. 이는 함께 걸어 나가야 할 여정이죠."

5년간의 임기 동안 그려갈 청사진도 밝혔다. 우선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및 녹음과 미국·유럽 등 해외 순회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신인 지휘자 및 작곡가 양성을 비롯해 서울의 다양한 예술단체 및 음악가들과의 협업에 나선다.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으로 시작하는 내년 1월 취임 연주회는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의 출발점이다. 1월25일과 26일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그는 "이 곡은 제게 큰 의미가 있다"며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나 뉴욕 필하모닉 첫 공연도 이 곡이었고, 저와 함께 성장해온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말러의 모든 교향곡의 토대이자 오케스트라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에요. 말러의 모든 곡 중 가장 어려운 작품이죠. 그의 역사와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요. 관객들은 이 작품을 통해 말러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죠."

취임 연주회에는 지난해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임윤찬이 협연한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연주하며, 서울시향과는 첫 호흡이다. 츠베덴은 "임윤찬은 한국은 물론 유럽, 미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미 대스타이지만 앞으로 더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 1막을 연주하는 2월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에 7번의 정기공연 무대에 오른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와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브루크너 교향곡 7번, 브람스 교향곡 2번,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과 9번 '합창' 등 선 굵은 교향곡과 다채로운 협주곡을 지휘한다.

그는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되고 싶다면 카멜레온 같은 교향악단이 돼야 한다. 바그너, 바흐, 스트라빈스키부터 현대음악까지 소화하며 다양한 시대와 스타일을 아우를 수 있는 악단이 돼야 한다"며 "오케스트라에 유연성을 줄 수 있는 오페라 연주도 매 시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울시향을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한 순회 공연도 계획 중이다. 내년에 아시아 투어를 시작으로 2025년에 미국, 2026년에 유럽을 순회할 예정이다.

네덜란드 출신인 츠베덴 음악감독과 인연이 깊은 RCO의 공연장(콘세르트헤바우)과도 MOU를 맺고 초청 공연을 논의 중이다. 바이올린으로 음악을 시작한 츠베덴 음악감독은 19살에 네덜란드 명문 악단인 RCO 최연소 악장으로 임명돼 16년간 몸담았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향후 5년간 서울의 다양한 예술단체 및 음악가들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그는 "서울은 예술의 도시"라며 "오페라, 발레 등 다양한 장르는 물론 여러 음악학교, 지휘자, 작곡가 등과 협업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인 지휘자와 작곡가 등 재능 있는 음악가 양성 및 발굴에도 나선다. 내년에 준비를 거쳐 2025년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음악 학교와의 연계나 공개 오디션 등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무대 기회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신인 지휘자 양성은 책임이자 의무"라며 "한국의 재능 있는 지휘자들과 서울시향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영화 '기생충' 등의 음악감독으로 잘 알려진 정재일 작곡가에게는 신곡 위촉도 요청한 상태다.

서울시향은 츠베덴 음악감독 외에도 내년에 세계 정상급 지휘자들과 나머지 9번의 공연을 함께한다.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바실리 페트렌코가 6월20일과 21일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등을 지휘한다. 2011년부터 서울시향 객원지휘자로 호흡을 맞춰온 헬싱키 필하모닉 수석지휘자 유카페카 사라스테는 4월25일과 26일 닐센의 교향곡 5번 등을 선보인다.

지난해 서울시향 무대로 국내 데뷔를 치른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SFO) 음악감독 김은선은 7월10일과 11일 라흐마니노프로 찾아온다. 김은선은 내년 4월 동양인 여성 지휘자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닉 지휘봉도 잡는다. 영국 고음악의 거장 리처드 이가와 올해 빈 필하모닉 내한 공연을 이끈 투간 소키예프, 7년 만에 서울시향과 만나는 핀란드 지휘자 한누 린투 등도 함께한다.

협연자로는 2019년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로 활동한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와 지난해 서울시향 무대에 선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영국 출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스티븐 허프,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등이 서울시향을 찾는다.

이 밖에도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는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와 다니엘 뮐러 쇼트, 마케도니아 출신 피아니스트 시몬 트릅체스카 등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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