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요 13대 산업 수출액 5.2% 증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요 늘며 수출 기대
中 경기 부진에 기계·석화 '부정 전망'
車, 美·유럽 등 전기차 인기에 호조 지속
20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올해 4분기부터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수요 회복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디지털 전환·친환경화 추세에 따른 고기능 제품의 수요 확대 등 관련 인프라 투자도 양호한 흐름이 지속될 예정이다. 다만 주요국의 통화 긴축 기조와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수요 회복을 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수출 대상국별로 따져봤을 때 인프라 구축·공급망 내재화 등의 영향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의 수출이 소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경우 인프라 구축·공급망 내재화(기계), 대기수요(자동차), 프리미엄 제품 수요(통신기기·가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도 시행(이차전지), 바이오 시밀러 친화정책(바이오 헬스)의 영향으로 관련 산업의 수출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유럽 시장은 프리미엄폰 교체수요 증가로 정보통신기기 수출의 확대가 예상되고, 기초 의약품 부족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의 수출 증가를 예상했다. 다만 전기차 침투율 증가에 따른 보조금 축소로 이차전지 수출은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중국 시장의 경우 현재 부동산발 경기하방 압력이 거센 만큼, 대부분 산업에서 수출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일반기계, 석유화학, 섬유 등에서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보았다. 다만 ICT 제품의 생산이 늘어나면서 반도체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산업연구원은 내년도 13대 주력 산업의 수출액이 총 5.2%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수출, 상반기 20% 이상 증가…디스플레이도 2.2% 늘어
반도체 수출은 25.6%의 큰 감소 폭을 보였던 지난해와 달리 수요가 늘어나며 15.9%의 증가로 돌아설 전망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의 경우 20.8%의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더블데이트레이트(DDR)5를 비롯해 인공지능(AI)용 서버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교체 수요가 늘어나는 게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디스플레이 수출의 경우 주요 수요 기업의 태블릿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출시, 패널의 고부가화로 인해 단가가 높아지는 점이 수출을 끌어올렸다. 이에 디스플레이 수출은 내년 2.2%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점은 부정적 요인이라고 산업연구원은 지적했다. 프리미엄 시장을 선도하는 주요 기업에서도 중국 OLED 패널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산업의 경우 2021년 이후 정해진 높은 선가에서 대량 수주한 물량이 본격적으로 인도되며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생산능력 한계에 따른 영향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산업연구원은 순연된 물량의 빠른 캐치업이 가능하다면 수출이 10.2%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美·EU 전기차 호조에 '車 수출' 2.0%↑…이차전지, 수요 위축
자동차의 경우 내년 2.0%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수요가 이어지는 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고급차 수출 증가에 따라 수출 단가가 오르고 있는 점은 현대·기아차 등에 긍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자동차 수출 실적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건 역기저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업체의 글로벌 판매 전략 강화와 일본업체의 경쟁우위 차종인 하이브리드 수요가 늘어나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이차전지는 글로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의 전기차 생산목표 하향 조정에 따른 수요 위축이 전망된다. 이런 부정적인 요인에 이차전지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6%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차전지의 경우 미국·유럽에서 신·증설된 해외 공장의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수출 물량 일부가 현지 생산 물량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미국향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고, 전년 대비 늘어난 국내 생산 능력은 수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은 일반기계 산업의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 등이 지정학적 리스크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대중국 수출 부진이 수출을 끌어내릴 수 있으나 미국·중동 등 주요국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1.0%의 소폭 증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반도체 등 IT산업군 생산 확대…車·조선, 생산 희비 엇갈려
수출과 내수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 반도체 등 IT신산업군의 생산 확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다만 철강 등 소재산업군은 제한적 증가를 보이고, 자동차 등 기계산업군은 소폭 감소가 예상된다.
국내외 IT 수요 회복으로 정보통신기기(7.2%), 반도체(17.5%), 디스플레이(3.6%), 바이오헬스(4.6%)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생산 확대에 따라 가전은 0.7% 줄어들겠으나 수출용 배터리 생산 감소로 이차전지는 1.1% 소폭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풀이된다.
소재산업군의 경우 수요 여건 개선과 가동률 정상화로 약간의 증가가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철강(0.9%), 정유(1.8%), 석유화학(0.6%)이 오를 것으로 보이며, 섬유는 수요 부진과 국내 생산기반 약화로 1.4% 줄어들 전망이다.
기계산업군은 자동차와 조선의 희비가 갈렸다. 내수와 수출 부진에 따라 자동차는 2.3% 감소가 전망되지만, 조선은 수주잔량 물량 인도에 따라 7.9%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일반기계 생산은 국내 수요 회복으로 1.1% 줄어드는 등 감소 폭이 일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내수의 경우 ICT 신제품 출시와 수출용 중간재 수요 증가로 반도체 등 IT신산업군의 내수 회복이 예상된다. 철강 등 소재산업군은 하반기 경제지표 개선으로 소폭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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