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청년 비하' 현수막·강경파 '윤 탄핵'에 청년·중도층 이탈 우려

기사등록 2023/11/20 11:55:45 최종수정 2023/11/20 14:24:05

비하 논란에 문구 삭제하고 중앙당 행사 원점 재검토하기로

당 혼란에도 김용민·민형배 광주서 "윤 탄핵안 발의' 거듭 주장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원칙과 상식 민심소통: 청년에게 듣는다’ 간담회에서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현수막 관련 공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3.11.19.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신귀혜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5개월을 앞두고 2030 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현수막이 오히려 청년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가운데 주말에는 강경파 의원들이 공개석상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이들 사안이 총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웠다. 지도부는 당 차원에서 개입한 것은 아니라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지만 청년층과 중도층 이탈이라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선기획단장인 조정식 사무총장은 2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논란이 된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지 않기로 한 데 이어 23일 공개될 예정인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을 연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의 이탈을 우려해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7일 2030 세대를 겨냥한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며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맛보기용 '티저'(호기심 유발) 현수막 4종을 공개했다.

새 현수막에는 '11.23 나에게 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의 문구가 담겼다.

조 사무총장은 "국민과 당원이 보기 불편했다면 명백한 잘못"이라며 "당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들 문구가 공개되자 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쏟아졌다. 2030세대를 정치·경제에 무관심하면서 개인 이익에 매몰된 이기적 집단으로 폄하했다는 것이다. 친명(친이재명) 비명(비이재명) 계파 구분 없이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징계도 요구했다.

친명 김두관 의원은 "청년 비하가 아니라 청년 능멸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비명계(혁신계) 의원모임 '원칙과 상식'은 "70년 당 역사상 최악의 홍보물"이라며 "어떤 의사결정 경로로 저런 저급한 내용과 디자인이 당 홍보물로 결정됐는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엔 당에 실망했다며 탈당하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한 30대 당원은 "문구 하나 작은 결정에도 당의 결정자들이 젊은 층에 어떤 이해도를 가졌는지 잘 알겠다. 이런 정당이 총선에서 민심을 잡을 것 같진 않다"고 적었다.

책임 있는 사과는커녕 변명하기에 급급한 민주당의 태도도 화를 키웠다. 민주당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준호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일련의 과정에서 업무상 실수가 있었던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업체가 내놓은 문구를 당에서 조치해 준 것뿐 당직자나 당이 개입한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당의 지시를 받아 일을 하는 용역 업체를 탓하며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취재진이 "꼬리 자르기 아니냐"고 하자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현수막 문제로 당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강경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필요성을 강변하며 강성 발언을 이어갔다.

김용민 의원은 전날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열린 민형배 의원의 북콘서트에서 "반윤(反尹) 연대를 형성할 수 있는 행동을 민주당이 먼저 보여야 한다"며 "그 행동이 윤석열(대통령) 탄핵 발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해 놓아야 반윤 연대가 명확하게 쳐진다"며 "탄핵안을 발의하면 국민의힘에서도 동의할 사람이 많다"고 주장했다.

민형배 의원도 "굉장히 설득력 있는 내용"이라며 동조했다. 민 의원은 "대통령 탄핵은 150명(과반)이 있어야 한다"며 "민주당이 지금 과반이 훌쩍 넘는다. 일단 150명 가지고 탄핵 발의를 해놓고 반윤 연대, 검찰독재 종식을 위한 정치연대 이런 것을 꾸려서 갈 수 있도록 하려면 이런 제안이 유효하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두 의원은 당내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소속으로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의 탄핵을 거듭 주장해 왔다. 최근에는 검사 탄핵을 주도하는 '검사범죄대응 TF'에서 활동하고 있다.

민주당은 현수막 논란이 계속되자 이번 주 본회의를 앞두고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관련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은 사무처 명의로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현수막 게시 안내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각 시도당에 보냈는데 지도부와 총선기획단은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원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청년 당원들의 항의가 많다"며 "의원총회에서 보고하고 논의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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