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족' 고용정책 시작도 전에 '삐걱'…野 예산 삭감 으름장

기사등록 2023/11/19 07:00:00 최종수정 2023/11/19 07:09:29

국회 심의 단계서 청년고용 예산 2300억 삭감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방안' 25% 달해

청년 일경험·성장프로젝트 등 주요사업 포함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사진은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모습. 2023.06.14. photocdj@newsis.com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정부가 '니트족'(NEET·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1조원을 투입, 청년 고용 활성화 계획을 공표했으나 국회 심의 단계부터 순탄치 않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청년 고용 대책에 야권 반대에 부딪혀 국회 심의 초기단계에서 4분의 1 이상 대거 삭감됐기 때문이다.

19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및 전체회의 과정에서 청년고용예산 2382억원이 삭감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서 해당 감액안을 단독 의결했다.

삭감된 예산에는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방안' 예산 9519억원의 상당 부분이 포함된다.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방안은 니트족에 대한 맞춤형 대책이다.

니트족은 질병이나 장애가 없지만 취업 준비나 육아·가사, 학업 등을 하지 않고 말 그대로 그냥 쉬는 청년들을 지칭한다. 구직의사가 없어 실업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월평균 15~29세 청년 '쉬었음' 인구는 41만명이다. '쉬었음' 청년 규모는 전체 청년 인구의 4.9%에 달한다.

사유로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움'이 32.5%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년(27.8%)보다 4.7%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관련 예산 중 25%가 심의 과정에서 삭감되면서 시작부터 위기를 맞았다. 예산이 전액 삭감된 세부사업은 ▲청년 일경험 지원 1663억원 ▲청년 성장프로젝트 281억원 ▲청년 도전지원사업 425억원이다.

청년 일경험 지원사업은 민관 협업을 통해 기업탐방·프로젝트·인턴 등 다양한 일경험을 제공한다. 청년 도전 지원사업은 구직단념청년 등이 구직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청년 성장프로젝트는 초기 쉬었음 청년이 구직의욕을 잃지 않도록 자조모임 등 일상유지, 심리상담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청년 일경험 지원사업에 올해 553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보다 3배 증액한 1663억원을 편성했다. 청년 도전 지원사업도 올해 408억원 대비 증액한 425억원으로 편성됐다.

이처럼 정부가 청년들의 구직 의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대응책을 내놓았지만 국회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관련 예산의 필요성을 관철하지 못했다. 특히 내년에 새로 시작되는 청년 성장프로젝트와 달리, 청년 일경험지원사업과 청년 도전 지원사업은 올해에도 진행된 사업임에도 삭감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 심의에서 기존 사업까지 깎는 경우는 잘 없는데 현재도 진행 중인 청년 일경험 지원과 청년 도전지원사업도 전액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하반기 정보보호 취업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박람회 자료를 보고 있다. 2023.11.01. xconfind@newsis.com

향후 예산심의 과정에서 청년 니트족 대응 예산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내년 총선 등이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회부되는데, 예결위는 상임위원회에서 삭감한 세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즉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해야만 청년고용예산이 부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기업 예산 등의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앞서 2024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역점 사업인 사회적기업 육성과 청년 근로자의 장기 근속과 자산 형성을 지원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 예산을 60% 이상 대거 삭감했다.

사회적기업 육성 관련 올해 예산은 939억원이다. 하지만 내년 예산은 69.5% 대거 삭감된 286억원 편성됐다. 청년내일채움공제사업도 4296억원을 요구했으나 65.3% 삭감된 1490억원만 편성됐다.

여야가 예산으로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국민 생활 밀접 예산이 부침을 겪고 있는 만큼 향후 양당 모두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2023.11.16. bjk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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