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 "적극적인 주루 시도 통해 도전적으로 바뀌어"
염경엽 감독 "망설임 없애고 자신있는 야구 분위기로"
페넌트레이스를 잘 치르고도 가을야구에만 서면 부담감을 떨치지 못한 듯 허둥거리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2013년, 2022년에는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PO)에 오르고도 '업셋'(정규시즌 하위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상위팀을 이기는 것)을 당하며 KS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친 LG는 KS에 직행했다. 최후의 무대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2002년 이후 21년 만에 KS에 오른 LG는 KT 위즈를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물리치고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KS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LG 주장 오지환은 이전 가을과 달라진 점을 묻자 '주루 플레이'를 떠올렸다.
오지환은 "염경엽 (LG) 감독님께서 시즌 초부터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주문하셨다. 시도를 많이 했고, 죽기도 많이 죽었다. 밖에선 '이게 뭐야'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며 선수들이 도전적으로 바뀐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덕분에 어린 선수들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 있게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 LG는 144경기에서 267차례의 도루를 시도 했다. 이 부문 2위 두산 베어스의 181차례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반면 166번을 성공하는 동안 101번이나 실패해 도루 성공률은 10개 구단 중 최하위인 62.2%다. 일반적으로 도루 성공률이 75% 이상은 돼야 인정 받는다는 점에서 LG의 주루는 합격점을 얻기 어려웠다. 주루사(78), 견제사(15) 부문에서도 1위의 불명예를 썼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주루로 흐름을 끊는다는 비판은 그래서 계속됐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상대에게 우리가 언제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발야구 논란 속에도 LG는 순항했다. 팀 평균자책점(3.67), 팀 타율(0.279) 부문 모두 선두에 오르며 안정적인 투타 전력을 앞세워 순위표 최상단을 차지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후 염 감독은 많은 비난을 샀던 주루 플레이가 결국은 팀을 바꾸기 위한 작업 중 하나였음을 고백했다.
염 감독은 "뛰는 야구에 대해 한참 말이 많을 때 엄청 고민을 했다. 하지만 결국 뛰는 게 절대적인 목표가 아니었다"며 "우리 팀에 필요한 부분은 망설임과 초조함을 없애고 더 자신 있는 야구를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우리 LG가 성공할 수 있는 첫 번째 야구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망설이지 않고 당당한 야구를 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은 게 내 목표였다. 그런 부분을 선수들이 함께 끝까지 노력해주면서 지금의 좋은 결과물을 만든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실패를 통해 성장한 선수들은 더 큰 무대에서도 겁 없이 배트를 휘두르고, 뛰었다. 정상을 맛보면서 또 한 단계 도약했다.
염 감독은 "이 우승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LG가 정말 강팀과 명문 구단으로 갈 수 있는 첫 걸음을 뗐다"며 "계속해서 좋은 과정을 만들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더 먼 미래까지 바라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