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안…내달 5일까지 행정예고
시장획정 시 수요대체재 확인…네트워크 효과도 고려
스타트업 인수로 혁신 창출…500만명 이상 땐 일반심사
공정위는 14일 기업결합 심사방식을 현대화하는 내용의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안을 발표했다. 오는 15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행정예고할 예정이다.
그동안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기준에는 플랫폼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았다. 플랫폼은 전통 제조업과 다르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많은 이용자가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요 유발 요인이 되는 '네트워크 효과'를 갖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를 위해 가장 먼저 시장범위를 특정하고 있다. 플랫폼은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를 시청시키는데, 이 경우 과거의 심사기준을 적용하면 시장범위를 특정할 수가 없다.
이에 개정안은 가격 인상이 아니더라도 서비스 품질 악화 등이 있을 때 수요를 대체할 서비스가 있는 지를 고려해 시장을 획정하도록 했다.
선중규 공정위 기업협력정책관은 "시장 획정 때 가격이 일정 부분 올랐을 경우 수요자들이 얼마나 시장으로 빠져나가느냐를 기술적으로 따진다"며 "무료 시장 같은 경우 가격이 없으니 가격보다 품질이 일정 부분 떨어졌을 때 수요자들이 얼마나 빠져나가는지 등 다른 대체할 수 있는 변수를 활용해 시장 획정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경쟁제한 효과를 분석할 때 네트워크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못 박았다. 플랫폼의 기업결합은 해당 서비스의 이용자 수나 업체가 보유한 데이터 양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럴 경우 서비스에 대한 추가 수요가 유발돼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 결합기업이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커지고, 그 효과가 상당한 경우 결합기업이 단독으로 가격을 인상할 우려가 있는 셈이다.
선 정책관은 "양면시장 같은 경우에는 한 시장에서의 이용자가 늘면 또 다른 시장에서 이용자가 같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며 "한쪽 시장만 고려하는 것보다는 양 시장에서의 교차 네트워크 효과, 또 해당 시장에서도 사람이 늘어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서 네트워크 효과를 충분히 고려해야 양 회사 간의 기업결합에 대한 경쟁제한 효과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개정안은 플랫폼의 효율성 증대효과 사례도 심사 시 살펴보도록 했다. 기업결합의 긍정적 효과 역시 균형 있게 심사에 고려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플랫폼 기업결합 결과 혁신적인 서비스가 창출되거나, 스타트업이 인수됨에 따라 투입자본이 회수되고, 신규 스타트업 창업이 이루어지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병건 공정위 기업집단결합정책과장은 "엑시트, 즉 투입자본이 회수되는 건 기업결합에서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벤처 생태계 차원에서 조금 더 폭넓게 볼 필요가 있다"며 "실제로 스타트업들이 엑시트하게 되고 돈을 벌게 되면 그걸 가지고 또 다른 스타트업들을 인수하면서 벤처 생태계가 활성되는 효율성 증대 효과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개정안을 통해 간이심사하는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정했다.
인수되는 사업자가 ▲월 평균 500만명 이상에게 상품·서비스를 공급하거나 ▲연간 연구개발비로 300억원 이상을 지출하는 경우는 간이심사 대신 일반심사를 받아야 한다.
반면 사모집합투자기구(PEF)의 기존 유한책임사원(LP)이 PEF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다른 LP의 지분을 인수하는 행위는 간이심사 대상으로 새롭게 포함했다.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PEF 내부적 행위로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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