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 첫 최고 어산어장' 동희스님 "불교음악 대중화 과업"[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3/11/11 06:00:00

[서울=뉴시스] 대한불교조계종 어산어장 동희스님 (사진=청량사 제공) 2023.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수지 기자 = 지난달 진관사 국행수륙재를 집전한 대한불교조계종 어산어장 동희스님은 "내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22년 7월 첫 '비구니의 최고 어산어장'으로 인정받았다. 어산(魚山)은 범음범패를 총칭하는 말이자 재를 올리는 현장을 뜻한다. 범패 최고 수준에 도달한 스님을 어장(魚丈)이라 부른다.

동희 스님은 "오히려 잘해냈다는 안도감보다는 영가님들의 뜻을 지구상에 모든 분에게 오롯이 전달했을까 조심스러운 마음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진관사 국행수륙재는 1396년 조선 태조가 나라의 안녕과 국민의 평안을 기원하고 백성의 영혼을 달래고 위로하려고 시작된 불교의례다. 세상의 모든 대상을 차별 없이 공양하는 최고 불교의례 국행수륙재는 음악, 미술, 작법(무용)이 어우러진 종합예술로, 역사성과 예술성이 뛰어나 지난 2013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진관사는 지난 9월3일부터 49일간 국행수륙재를 진행하고 지난달 21일과 22일 회향법회를 열었다. 진관사 수륙재보존회는 이날 시련의식을 치렀다. 시련의식은 다 함께 큰 연(輦)을 모시고 일주문 밖 시련소로 나가 여러 영가님들을 맞이하는 의식이다.

[서울=뉴시스] 대한불교조계종 어산어장 동희스님 (사진=청량사 제공) 2023.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1950년 10월 여섯 살때 한국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할머니 손에 이끌려 청량사로 오면서 '동희 스님'이 됐다. 열세 살 때 당시 범패로 명성이 높은 고(故) 송암스님 문하로 들어가 시작한 범패와 작법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동희스님은 자신을 "외길만 걸어온 답답한 사람"이라며 테이블 앞에 놓인 범패와 작법 관련 책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70년을 넘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한길 만 보고 이것만 했어요 어떻게 이것만 하나 싶다가도 지금도 매일 이것만 들여다보고 앉아 있어요. 현재 의식을 배우는 스님들에게 이를 전수해야 하니 또 들여다보게 되네요.“
[서울=뉴시스] 대한불교조계종 어산어장 동희스님 (사진=청량사 제공) 2023.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최고 경지에 올랐어도 배움은 끝이 없다. "옛날 방식으로 어렵게 가르치면 의식을 배우는 스님들이 힘들어 다가오지 못해요. 어떻게 쉽게 이야기해야 스님들이 다가올 수 있을지 고민하죠. 매일 책을 보면서 글자 하나하나를 어떻게 표현해야 스님들이 쉽게 알아들을까 고민하다 보니 결국 내 공부가 되더라고요. 내가 그동안에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되고 아직도 완벽하다고 할 수 없으니 매일 공부하고 있어요."

동희스님은 강의, 공연 등 불교음악과 작법(무용)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대, 동국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덕여대, 국립국악원에서 강의하고 현재 동희범음회 대표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특히 1980년 베를린음악제 영산재 공연 후 로마교황청 초청 1991년 그레고리안 성가의 밤 성(聖)음악대학 합창단과의 공연, 뉴욕 심포니스페이스 공연, 워싱턴 케네디센터 공연 등으로 해외에도 한국 불교음악과 작법을 알리고 있다

해외 공연에서 자신의 말을 잘 모르더라도 감동하는 외국 관객들의 반응에 놀랐던 경험이 있다. "부처님께 올리는 정성스러운 마음을 외국 관객들도 느끼는 것 같아요. 우리가 표현하는 감정을 관객들이 고스란히 느껴서 나와 관객들이 금방 하나가 되죠."
[서울=뉴시스] 대한불교조계종 어산어장 동희스님 (사진=청량사 제공) 2023.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동희스님은 오는 17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열리는 '2023 서울 경기춤페스타: 여여, 변함없는 마음으로’에 제자 스님들과 함께한다. "오랜 역사를 거슬러 해왔던 것을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의미에서 하는 공연"이라며 "서울경기춤페스타는 스승이 오래 전에 하던 춤을 제자들이 보여줘요. 나도  제자 스님들과 불교 전통을 보여줍니다."

그는 불교음악과 무용이 대중에 더 가까이 다가가길 바란다. "전통은 전통을 지키는 분들이 하고 있으니 퓨전으로든 창작으로든 사람들이 불교 음악에 다가오게 하는 것이 좋아요, 창작으로 불교 무용을 접하고 나중에 결국 뿌리를 찾고 싶을 때 전통을 찾게 되거든요. 배우는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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