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국회의장에 본회의 개최 요청…72시간 내 표결 어려울 듯
여 필리버스터 전제로 탄핵안 처리 자신…전격 철회에 허 찔려
민주 이달 30일 탄핵안 본회의 보고 후 내달 1일 상정 유력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9일 여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안 상정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전격 철회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여당의 강수에 허를 찔린 모양새다.
민주당은 본회의 개의를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탄핵안 폐기 시한인 72시간 이내에 표결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여당의 묘수에 제대로 한방을 얻어맞아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이 24시간에서 72시간 내에 처리하게 되어 있어서 의장님께 본회의 개최를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오늘과 내일 계속 주어진 시간 동안 의장님과 협의해서 본회의가 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에 따르면 김 의장은 본회의 개최 요청에 대해 "현재까지는 양당 간 협의가 됐으면 좋겠다. 숙고해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김 의장에게 본회의 개최를 요구했지만 설득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합의 일정도 아닌데다 의장의 권한으로 본회의를 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이 위원장과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추진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당초 민주당은 여당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 이와 연계해 탄핵안도 처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의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최소 5일간의 필리버스터를 돌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회법은 필리버스터 신청 이후 최소 24시간 진행을 보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여당이 24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 종료시키고, 이와 함께 탄핵안을 상정해 표결 처리까지 가능하다고 봤다.
민주당의 탄핵안 처리 계획은 여당의 필리버스터가 진행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었는데, 이 전제가 무너지면서 표결 처리가 불발된 셈이다.
민주당은 여당의 필리버스터 철회에 대해 "예상했다. 이 위원장을 지키려는 꼼수"라는 반응을 내놓았지만 서둘러 김 의장을 찾아가 본회의 개최를 요구할 만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에 사실상 국민의힘이 민주당과의 수싸움에서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철회 결정과 관련해 "제가 아침에 결정했다"며 "보안 유지가 안 되는 사항이라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제가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민주당 의원들에게 정말 사정했다.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을 상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정말 읍소에 가까운 사정을 했는데 안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이어 "필리버스터는 상당히 정치적이고 양당 간에 부담이 되는 일정인데 여기에 탄핵안을 얹어서 하겠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김 의장에게 본회의 소집 요구를 할 예정이지만, 탄핵안을 철회하고 차후에 열리는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다시 제출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앞서 여야는 정기국회 의사 일정을 합의하면서 지난달 31일, 11월 9일·23일·30일, 12월 1일·8일에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국회법상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표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민주당은 11월30일에 본회의 보고한 후 다음달 1일 탄핵안을 상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민정 의원은 이날 민주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기자회견 이후 취재진과 만나 "오는 30일 본회의가 잡혀있다"며 "그날 아마 여당이 예산안을 통과시키려 할 텐데 그때 탄핵안을 다시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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