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이 부른 죽음…친구 폭행장면 유포한 고교생들

기사등록 2023/11/09 17:52:57 최종수정 2023/11/09 17:59:48

제주지법, 공동폭행 혐의 고고생 3명 파기 환송심

단기 10개월~1년2개월, 장기 1년2개월~1년8개월

"수치심·모멸감 컸을 것"…피해자 결국 극단 선택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생일선물로 준 5000원을 자신의 생일 때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래를 폭행하고 이를 촬영해 지인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교생 3명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정신적 충격을 입은 피해자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9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등학생 A군과 B군, C군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열고 A군 징역 장기 1년6개월·단기 1년, B군 징역 1년2개월·단기 10개월, C군 징역 1년8개월·단기 1년2개월 각각 선고했다.

진 부장판사는 "피해자는 맞은 것보다 동영상 유포에 따른 수치심과 모멸감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죽음을 선택했다”며 “이러한 범행은 매우 잔인한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 죽음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죽음에 이르기까지 고통은 양형에 반영할 수 있다”며 “여기에 피해자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같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동창 사이다.

A군은 지난 2021년 10월14일 오전 7시12분께 제주시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또래 피해자 D군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B군과 C군도 현장에 있었다.

B군은 휴대 전화 카메라를 이용해 폭행 영상을 촬영했고, C군은 구경했다.

조사 결과 A군은 이 사건 발생 8일 전인 2021년 10월6일 D군에게 생일 선물로 5000원을 보냈다. 같은 달 11일 생일을 맞은 A군은 D군에게 5000원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틀 뒤인 10월13일 C군은 A군에게 "D군과 싸워서라도 돈을 받아내라", "영상 찍을거니까 네가 이겨야한다"며 D군과 싸우라고 교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D군은 이들에게 촬영한 영상을 유포하지 말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이들은 주변 친구들에게 영상을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C군은 D군에게 "5000원을 주지 않으면 영상을 뿌리겠다"고 협박한 혐의(공갈미수)까지 받고 있다.

영상까지 공유되면서 정신적 충격을 입은 D군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1심은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A군과 B군에게 각각 장기 2년, 단기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C군에게는 장기 2년6개월에 단기 2년을 내렸다.

2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됐지만 공소장이 변경돼 일부 혐의가 제외됐다. 2심 형량은 A군 장기 1년6개월·단기 1년, B군 장기 1년2개월·단기 10월, C군 장기 2년·단기 1년8개월이다.

지난 8월 31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 심리로 열린 상고심에서 재판부는 B군과 C군에 대해 단지 동영상 촬영을 하고 구경만 한 것으로 보고 공동폭행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파기환송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B군에 대해선 폭행방조 혐의를, C군에겐 폭행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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