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7월 이후 최저가 마감…'4% 급락' 배경은

기사등록 2023/11/08 11:59:16

WTI 4.3% 하락…브렌트유도 4.2%↓

中 석유 제품 수출 감소로 수요 둔화

OPEC+ 감산, 확전 등 공급 리스크 해소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국제유가가 중국의 수출 부진 등으로 7일(현지시간) 4% 넘게 폭락했다. 사진은 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알뜰주유소 모습. 2023.11.07.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7일(현지시간) 국제유가 폭락에는 중국의 수출 부진과 중동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우려 감소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는 전장 대비 3.45달러(4.3%) 하락한 배럴당 77.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 벤치마크(기준)인 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장보다 3.57달러(4.2%) 떨어진 배럴당 81.61달러에 마감했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WTI와 브렌트유 선물 모두 지난 7월21일 이후 최저치로 마감했다.

이번 유가 급락은 중국의 예상보다 낮은 경제 성장률에 더해, 석유 제품 수출 감소로 인한 수요 둔화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발표된 중국 무역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10월 원유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가동 중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적은 수치다.

에너지 아웃룩 어드바이저의 아나스 알하지 독립 에너지 분석가는 "정제소 처리량과 수출은 감소하고 있고, 재고는 증가 중"이라며 "중국 정유사들의 추가 수출 할당이나 허용량이 없으면 수출이 감소해, 원유 수입이 감소하거나 재고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석유 수요가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일부 유럽 국가가 경기 침체에 빠진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이 이날 발표한 11월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석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1290만 배럴로, 지난달 전망치보다 0.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생산량은 이전 전망치보다 0.2% 증가한 하루 1315만 배럴로 예측했다.

정제유 수요는 내년 1인당 휘발유 소비량이 감소해 20년 만에 가장 낮은 소비량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 드카롤리스 EIA 청장은 "출퇴근 인구 감소와 휘발유 차량 효율성 개선, 전기차 증가 추세에 더해 높은 휘발유 가격, 고물가 등으로 미국인들이 휘발유를 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약세가 정유 제품 수요 약세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빈=AP/뉴시스] 지난해 3월3일(현지시간) 촬영한 오스트리아 빈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모습. 2023.11.08.

DTN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트로이 빈센트는 마켓워치에 "유가 하락세는 엘니뇨로 인한 겨울철 기상 패턴으로 정유업체들이 예기치 못한 가동 중단을 겪게 될 경우, 겨울이 끝날 무렵 정제 제품 잔고가 어떻게 될지와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OPEC+ 감산이 장기화하면서 가격 상승 압박이 비교적 줄어들고 있고, 가자 지구에서 전쟁이 확전될 가능성이 억제되면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빈센트는 전쟁이 확산돼 석유 공급에 영향을 미칠 위험에 대해 "현실적이긴 하지만 적다"며 미국 행정부의 확전 방지 노력이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 "시장은 이제 다시 펀더멘털을 주목하고 있다"며 "OPEC이 내년까지 감산을 연장할 가능성을 이제 기본 시나리오로 가정해야 하는 만큼 가격 상승 여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년 시장은 OPEC이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가격으로 시작할 것이며, 예기치 못한 공급 차질이 발생해도 지속적인 대규모 예비 용량이 가격 상승 리스크를 제한하는 완충 장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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