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팬 등친 돈 5억원 고스란히 도박에…前축구선수 실형

기사등록 2023/11/06 16:22:04 최종수정 2023/11/06 18:27:28

사기 혐의 징역 3년 선고…5억7천만원 편취

"희귀병 앓고 있는 아이 키우는 데 돈 필요"

"스포츠 선수들 알아 경기 결과 알 수 있어"

거짓말로 받아낸 돈 스포츠 도박 등에 탕진

[서울=뉴시스] 재력가 행세를 하며 병원비나 사업비 명목으로 5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 가로챈 후 스포츠 도박 등에 탕진한 전직 프로축구선수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023.11.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재력가 행세를 하며 연인과 팬에게서 받아 챙긴 돈을 스포츠 도박 등에 탕진한 전직 프로축구선수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이종광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전직 축구선수 김모(38)씨에게 지난달 20일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연인, 현역 시절 팬 등 피해자 7명에게 병원비나 사업비 명목으로 5억7000만원가량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피해자들에게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재력가 행세를 하거나, 현직 운동선수를 알고 있어 경기 결과 등을 맞추는 게임에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식으로 속여 범행을 저질렀다.

전직 프로축구선수였던 김씨는 지난 2017년 은퇴 후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스포츠 토토' 도박을 하며 재산을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김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각종 친목, 운동모임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특히 김씨는 자신의 선수 경력을 소개하며 프로축구 구단 스카우터로 일하고 있다거나 고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피해자들과 연인 관계 등을 맺은 김씨는 피해자들에게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필요하다" "일산에서 운영하는 축구센터의 바지 사장인 후배가 사채를 빌리고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압류를 막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받아냈다.

또 "화장실만 가면 피가 나온다. 장 쪽에 문제가 생겼다. 수술비가 필요하다"라거나 "나는 전직 축구선수이기 때문에 스포
츠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 승패를 알 수 있는 배구 게임이 있는데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챙겨주겠다" 등의 거짓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피해자 7명에게서 총 130여회에 걸쳐 약 5억7368만원을 편취했다. 편취금은 자신의 개인적인 채무변제 또는 스포츠 토토 도박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부장판사는 "피해액이 5억원을 초과하는 반면 김씨가 변제한 금액은 9000만원 정도로 나머지 피해가 회복되지 못했고 김씨가 불치병인 자녀의 치료비로 편취금 일부를 사용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 2004년 프로축구 구단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 후 부산교통공사 축구단 등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그는 지난해 6월에도 사기 혐의로 징역 3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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