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출신 오기노 감독, 포지션 폴트 만연 비판
서브 이중 동작 논란은 남자부 경기에서 불거졌다. 지난달 2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한국전력-현대캐피탈전에서 양 팀이 잇달아 서브 중 이중 동작을 쓰면서 정면충돌했다. 개막 후 첫 승을 거두지 못해 승리가 절실했던 양 팀은 이중 동작을 구사했다.
한국전력 하승우가 2세트 막판 이중 동작을 통해 현대캐피탈 아포짓 스파이커 아흐메드의 포지션 폴트를 유발했다. 그러자 현대캐피탈도 3세트에 김선호가 이중 동작으로 응수하며 하승우의 포지션 폴트를 유도했다. 이에 앞서 OK금융그룹도 서브 중 이중 동작을 구사했다.
일본 배구가 이번 논란에 단초를 제공했다. 도드람 2023~2024 V리그 개막을 앞두고 지난 8월 열린 코보컵 대회 당시 일본 초청팀 파나소닉이 이중 동작을 했다. 한국 선수들이 상대 서브 직후 공격할 위치로 미리 이동하는 것을 간파한 파나소닉은 서브를 위해 달려가는 척하다가 멈춘 뒤 다시 서브를 했다. 이에 속은 한국 선수들은 포지션 폴트를 범해 점수를 헌납했다.
포지션 폴트는 배구 용어다. 배구에는 서브를 넣는 순간만큼은 1번에서 6번까지 코트 내 정해진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정해진 위치에서 벗어나면 포지션 폴트로 판정돼 점수를 1점 잃는다.
서브 이중 동작이 본격적으로 실전에서 활용될 기미가 보이자 일부 감독들이 신사협정을 했다고 밝히면서 문제가 일단락되는 듯 했다. 여자부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지난달 31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흥국생명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오면서 영상으로 봤는데 좋게 보지 않았다"며 "그렇게 지도해서도 안 되고 시도해서도 안 된다. 비신사적인 행위"라고 꼬집었다.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합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차 감독은 "제가 여자팀 감독 모임 카톡에서 여자 배구는 시도하지 말자고 했는데 모든 감독이 동의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라며 "선수들이 머리를 쓰면 얼마든지 쓸 수 있는데 서브 칠 때마다 한다고 상상하면 이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보기 안 좋은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정정당당하게 하는 게 맞다"고 짚었다.
여자부뿐만 아니라 남자부 감독들도 서브 이중 동작을 쓰지 않기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 출신인 오기노 마사지 OK금융그룹 감독이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며 국면이 전환됐다.
오기노 감독은 지난 3일 우리카드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이중 서브 논란은 한국 배구계의 포지션 폴트 불감증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일본 초청팀 파나소닉이 서브 이중 동작을 쓴 것 역시 한국팀들이 포지션 폴트를 상습적으로 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브를 때린 직후부터 자리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V-리그에서는 서브를 하기도 전에 상대팀 아포짓 스파이커가 코트를 가로지르는 일이 빈번하다는 게 오기노 감독의 비판이다. 애초에 포지션 폴트를 하지 않으면 서브 이중 동작도 없을 것이라는 지적.
포지션 폴트는 공식적인 배구 규칙이라는 점에서 오기노 감독의 지적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간 V-리그에서 포지션 폴트가 지적된 사례는 선수들이 착각을 해 아예 자리가 뒤바뀌었을 때 정도였다. 실제로 V-리그에서 서브 시 포지션 볼트 눈감아주기가 만연해 있는지를 파악하는 등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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