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과하지욕 수모…메뚜기 한 철 모르고"
김기현 "큰 정당 위한 혁신위 화합 제안 존중"
당사자들의 반대에도 지도부를 비롯한 혁신위와 당내 의원들은 '통합'을 위한 결단이라고 치켜세웠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과하지욕(跨下之辱)의 수모는 잊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과하지욕은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는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홍 시장은 당 지도부를 겨냥해 "오늘이 영원한 줄 알지만 메뚜기 톡톡 튀어야 한 철인 줄 모르고, 하루살이는 내일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하기사 시한부인 줄 모르고 사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이라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앞서 혁신위가 '당내 화합을 위한 대사면'을 발표했을 때도 "사면은 죄 지은 자를 용서해 주는 대통령의 권한인데 용어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며 지도부에 독설을 날린 바 있다.
홍 시장과 함께 징계가 취소된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별다른 입장을 남기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대신 전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난 뒤 "지난 1년 반 기간 동안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얘기한 적도 없고 조치가 부당하다는 것에 방점을 찍어 그들이 반성하길 바랄 뿐"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전 대표와 함께 당원권 정지에서 풀려난 김철근 전 당대표실 정무실장은 "혁신위의 당원권 정지 징계 해제 조치는 사실상 반(反) 혁신 조치"라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원인과 책임을 규명해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인데 휘발성이 강한 이슈를 먼저 꺼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고 맹공했다.
이어 혁신위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 기조 변화와 당정일체 해체를 요구해야 한다"며 "차기 총선에 대통령실 공천 개입 불가를 말해야 한다. 새로운 지도부 구성에 대통령실과 결이 다른 인사가 나서야 한다고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대표는 "일주일 짧은 기간 인 위원장이 보여준 통합을 위한 행보는 정치권 주요 이슈 중 하나가 됐다"며 "과거 윤리위 징계 결정은 나름 합리적 사유와 기준을 가지고 이뤄진 것으로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보다 큰 정당을 위한 혁신위 화합 제안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무거운 마음으로 혁신위 제안을 수용하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에게 염려를 끼친 당사자들은 더 낮은 자세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우리 모두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민생과 개혁을 위해 통합을 추구할 때"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대사면을 반기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이런저런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큰 차원에서는 방향을 정했기 때문에 해제하는 게 맞다"며 "당으로서는 할 일을 했기 때문에 그 다음에 자기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자기들 몫"이라고 말했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합을 위한 대사면을 해야 총선을 승리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취지다. 아량을 베푼다고 불쾌할 수는 있지만 그런 의도는 없다"며 "지도부가 통 크게 해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오 위원은 당사자들의 반발에 대해 "감정적으로 마음 상하고 동의 못해 그런 것들은 이해되지만 그분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거나 아량을 베풀려고 한 취지는 전혀 아니었다"며 "당내 통합을 위해 함께 힘 모아서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전 대표 제명 운동을 벌인 안철수 의원은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사건으로 징계받아 당대표를 내놓은 이준석 징계가 취소됐으면 당대표를 복원시키는 것인가"라며 "그들이 나가서 얻게 될 지지율로 인해 총선이 두려워 끌어안았다면 일부 국민들이 왜 그들을 지지하는지 그 뜻을 살펴 민심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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