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건설사 폐업 2006년 이후 최대…협력업체로 피해 번져
고금리 장기화·미분양…중소·중견건설사 현금 유동성 위기
"할인 분양 등 미분양 해소·유동성 확보 자구책 마련 절실"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악재가 너무 많아서 내년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요."
지난달 31일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경기와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자금 조달이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미분양 문제마저 좀처럼 해결되지 않아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3~5%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리가 최근에 7%대에 육박하고, 일부 금융권의 신규 대출은 금리가 최대 10%대이거나, 대형 건설사 수준의 신용도를 요구하고 있다”며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자금줄까지 사실상 끊기면서 내년 1분기가 분수령이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건설업계 줄도산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올해 종합건설사 폐업 건수가 지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고금리에 금융권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건설업계가 어려움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견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부도 처리되면서 그 피해가 협력업체들로 번지고 있다.
올해 종합건설사 폐업 건수가 지난해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종합건설사 폐업 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가 총 45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59건) 대비 74.9% 증가한 수치로, 지난 2006년 491건 이후 역대 최대치다.
지역별로 다른 지역에 비해 사업성을 갖춘 서울·경기·인천에서도 종합건설사 폐업 건수가 증가했다. 서울의 종합건설사 폐업 건수는 지난해 52건에서 올해 76건으로 46.2% 증가했다. 이어 경기는 46건에서 102건으로 무려 121.7%, 인천은 15건에서 21건으로 40% 늘었다.
또 이른바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는 대구는 지난해 종합건설사 폐업 건수가 3건었지만, 올해는 16건으로 급증했다. 또 경북은 13건에서 22건으로 69.2% 증가했고, ▲부산 18건→30건 ▲대전 7건→13건 ▲세종 2건→3건 ▲제주 4건→9건 등 지방 대부분 지역에 폐업 건수가 증가했다. 다만 광주(31건→19건)와 울산(9건→3건) 등 일부 지역의 폐업 건수는 줄었다.
건설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9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전월 대비 9.4p 하락한 61.1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충재)에 따르면 9월 CBSI가 전월 대비 9.4p 하락한 61.1을 기록했다. CBSI는 지난 8월에 19.3p 감소한 이후 9월에도 9.4p 하락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규수주 BSI는 71.4로 전월보다 3.2p 감소했다. 공종별로 주택수주 BSI가 61.4로 전월 대비 7.8p 하락해 주택수주 침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금조달 BSI가 전월보다 4.9p 하락한 68.3을 기록하며 올해 들어 가장 부진했다.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PF 대출 채무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고금리 기조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이자 부담이 크고, 개발 사업이 지연·취소되는 등 수익성 악화로 건설업계가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지방 중소·중견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줄도산 위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총 133조1000억원으로, 1분기 대비 1조5000억원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현금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금리 기조로 PF 이자 부담이 커지고, 미분양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고금리와 미분양, PF 부실 등으로 내년 1분기 건설사들의 부도가 속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 교수는 "할인 분양 등 미분양 해소와 자금 확보를 위한 건설업계의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율이 오르면 금융권에서 PF 대출을 더 조이고,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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