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아빠 친구가 면접' 광주 북구 검도부 불투명 임용 일파만파

기사등록 2023/11/13 15:19:56 최종수정 2023/11/13 16:18:00

'검도회 출신' 운영위원 2명 아들 선수 임용…1명은 '성비위' 해임

'아빠 지인' 시 검도회 임원들이 번갈아 면접…감독은 제자들 뽑아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북구의회가 18일 '북구 검도부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꾸려 조사 개시 첫 회의를 열고 있다. 북구의회는 구청 산하 실업팀 검도부 선수들의 잇단 성범죄와 부실 관리 의혹과 관련해 오는 11월 17일까지 61일간 행정사무조사를 벌인다. (사진=광주 북구의회 제공) 2023.09.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잇단 성범죄 계기로 불거진 광주 북구 직장운동경기부(검도부) 부실 운영 관련 의혹이 시 검도회 임원 자녀들의 불투명한 선수 임용 과정으로 번졌다.

특히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검도부 운영위원회(운영위)에 부당 참여한 시 검도회 임원 2명의 자녀들이 전·현직 선수로 임용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광주 북구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최근 5년 간 북구청 검도부 운영위원회 위원(총 7명) 중 1명 씩은 시 검도회 임원이 참여했다.

지난 2019년 10월 개정된 '직장운동경기부 설치·운영 조례'는 시 검도회 관계자(지역 검도인)를 뺀 체육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종목 단체의 부당한 외압·개입에서 벗어나 검도부를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조례 개정 이후에만 시 검도회 임원 2명이 잇따라 운영위원으로 재위촉됐다. 위원인 시 검도회 임원 2명은 선수 신규 임용·재임용 평가 위원으로도 참여했다.

이 기간 중에는 위원으로 참여 중인 시 검도회 임원 2명의 아들이 각기 신규 임용됐다.

아버지가 직접 아들의 선수 임용 면접 평가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친구 또는 지인이 공교롭게도 임용·재임용 평가에 참여했다.

특히 시 검도회 임원의 아들인 한 선수는 북구청 자체 감사를 통해 성 범죄 연루 사실이 드러나 해임 처분된 바 있다.

시 검도회 임원 출신 전임 운영위원이 참여한 면접을 거쳐 임용된 또 다른 현직 선수는 자기소개서에 소속 학교 등을 자세히 기재, 특위 조사 과정에서 뭇매를 맞기도 했다.

특위는 또 현재 북구청 검도부 감독이 수 년 간 지역 모 학교 운동부 코치로 활동, 제자들이 다수 선수로 임용된 점도 질타했다.

특위위원인 손혜진 의원은 "선수 A씨의 임용 당시 면접위원은 은사인 현직 감독, 시 검도회 임원 출신 전임 운영위원이고 함께 운동한 선배(당시 북구 검도부 선수)의 아버지였다. 임용 당시 아버지 역시 시 검도회 임원이고 북구청 검도부 현직 운영위원이었다"며 "주민 눈높이에서 공정한 채용이라고 생각지 않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검도회 임원 자녀들이 검도를 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시 검도회 임원진들이 번갈아 아들들의 선수 임용 면접에 참여한 것은 제척·기피 대상이라고 본다"면서 "감독이 제자들의 임용 면접을 본 것 역시 이해되지 않는다. 아버지가 버젓이 운영위원인데 아들이 선수로 임용되면 알아서 정리(해촉)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특위에선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채용됐다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 "관리 책임이 있는 구청 역시 문제 지적조차 안 했다는 것은 심각하다", "지연·혈연·학연 연결고리가 얽혀있어 (임용이) 투명하지 않다"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현 검도부 감독은 "입상할 수 있는 성적을 낼 선수를 뽑는게 목표다. 개인 선수마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임용 과정에) 오해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검도계에는 선수단 자녀들이 많이 거쳐간다. 오해가 없도록 개선 노력하겠다"라고 해명했다.

특위는 선수 성 비위를 수년간 몰랐던 배경에 형식적으로 전락한 재임용 평가, 시 검도회의 부당 관여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날 특위 회의에서는 검도계 내 이해관계가 얽힌 용품 납품 계약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특위 활동 기한은 다음 달 17일까지다.

앞서 북구는 검도부 선수의 성범죄를 법원 선고 직전까지 1년 넘게 몰라 부실 운영·관리 논란에 휩싸였다. 재임용 평가와 사직 신청 절차까지도 몰라 혈세로 퇴직금 1850여만 원을 지급했다.

이후 후속 감사에선 또 다른 선수가 임용 직후였던 지난 2021년 저지른 성추행 혐의로 기소유예된 사실이 확인됐다.

논란이 커지자 북구와 시 검도회가 잇따라 공개 사과했다. 검도부 운영위도 연루 선수 2명을 해임했지만, 감독·코치의 징계는 의회 행정사무조사 이후로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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