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한 민원인에게 최근 치마를 입은 중년 남성이 초등학생들을 따라다녔다는 이야기를 듣자, 표정이 굳었다.
생각에 잠긴 장 의원은 곧 경찰과 동네 방범순찰대가 함께 순찰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민들이 박수를 쳤다. 동네 방범순찰대도 장 의원의 제안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장 의원은 지난 28일 오전 제59회 민원인의 날을 개최했다. 이날은 특별히 지역구 사무실이 아닌 사상구 덕포동 신축 아파트인 '사상중흥S-클래스그랜드센트럴' 앞에서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장 의원은 8년째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민원인을 직접 만나 고충을 듣는 '민원인의 날'을 운영 중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장 의원은 전날인 27일 국회 과방위 종합국정감사를 오후 8시까지 진행했다. 다음 날 오전 7시 비행기를 타고 부산 사상구로 와 9시 지역 행사에 참석한 뒤 10시 시작한 민원인의 날에 참석했다. 민원인의 날에는 조병길 사상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등 관계자들도 동석했다.
최근 1400세대가 입주한 중흥 S클래스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민원인의 날은 시작 초반 30여 명 주민들이 모이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늘어나 100여 명이 됐다.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온 사람, 장 의원을 구경하기 위해 나온 사람, 주변을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뉴시스가 28일 부산 사상구에서 만난 장 의원은 국회 여의도에서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윤석열 정부 탄생 일등 공신, 친윤 실세, 국회 과방위원장, 3선 의원 등 장 의원을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주민들에겐 친숙했다. 국회 과방위원장을 하며 엄숙한 표정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국감 대상 기관의 잘못을 지적하며 소리치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장 의원은 한 노년 민원인에게 "아이고 아버님 잘 지내셨지예"라며 반갑게 안부를 물었다.
애가 셋인 청년 민원인에게는 "우리 지역 애국자"라는 농담을 건네며 지난번 민원은 잘 처리 됐는지 확인했다.
이날 장 의원이 가장 먼저 많이 받은 민원은 '교육'과 '안전'에 대한 것이다.
가장 먼저 장 의원을 찾은 사람은 박재형 주감중학교 교장과 학부모들이다. 이들은 학교 숲과 생태학습 공간 조성을 요청하기 위해 방문했다.
장 의원은 민원인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었다. 이후 "우리가 가용할 예산이 어떤 게 맞는지, 법적으로 가능하면 구청 예산이 5억이면 2~3억 정도로 하고 교육부도 가능하면 내년 초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제 지역 사무실 가면 교육환경 상황판이 있어 사업 처리 속도까지 체크하고 있다"고 했다. 교장과 학부모들은 만족하며 돌아갔다.
이후 신축아파트 입주민들의 민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입주민들은 버스 및 지하철 정류장 역명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입주민들은 비보호 좌회선 개설, 에스컬레이터 및 캐노피 설치, 아파트 출입문 앞쪽 어린이 보호구역 바닥 표시 등을 요구했다.
장 의원은 여러 민원 중 아이들 안전에 대한 문제에 특히 신경을 썼다.
그는 "어린이들이 확실하게 보호구역을 인식할 수 있도록 빨간색으로 표시하고, 방지턱은 물어볼 것도 없다"며 "빨리 해줘야한다"고 구청장에게 재촉했다.
구청장은 "연말이라 올해 예산을 점검하고 최대한 빨리 내년 1월 안에는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아이들과 함께 구경하던 여성들이 미소를 지었다.
장 의원이 아이들의 안전 문제에 민감한 이유는 지난 2010년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서 발생한 아동 성폭행 살인사건 때문이라고 한다.
장 의원은 "아파트가 들어선 이 자리는 제 가슴에 참 돌 같은 곳"이라며 "제가 초선 때 김길태 사건이 여기서 났다. 피해 아동의 장례식장에서 반드시 여길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했고 노력 끝에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입주민들은 덕포시장 앞 큰 도로 후면에 속도 카메라 설치, 아파트 주변 전신주 지중화 요청도 했다.
장 의원은 입주민들의 요구 사항을 고개를 끄덕이며 들으며 메모했다. 바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은 문제는 구청장이나 시의원에게 바로 지시해 답변을 내놓았다. 해결에 시간이 걸리는 문제는 "방법을 알아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한 민원인은 "부산에서 가장 큰 부산도서관을 사상에 만들어서 너무 좋다"며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몰라서 홍보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장 의원은 "많은 시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해야 하는데 홍보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수단은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 도서관 이름을 넣는 것"이라며 "제가 어떤 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부산시장에게도 이야기해보겠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은 신축 아파트에서 발생한 하자도 장 의원이 해결해줬다고 말했다.
한 입주민은 "의원님이 신경 써주셔서 다행히 아파트 하자를 시행사에서 해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해당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보상에 대한 민원을 해결해줬다고 한다.
아이를 데리고 온 입주민 이모(38)씨는 뉴시스에 "장 의원님은 자주 봐서 익숙하다"며 "민원을 잘 받아준다. 제가 이 아파트에 입주한지 한달 됐는데 입주 전부터 지금까지 한 3~4번은 본거 같다"고 말했다.
장 의원측 관계자는 "의원님은 우리에게 늘 '지역주민들께는 합리적이면 안된다, 편파적이어야 한다. 무조건 지역민들이 먼저니 (그분들이 원하는 건) 안 되면 되게 하라'고 교육한다"고 했다.
장 의원은 오전 10시부터 약 3시간 민원인의 날을 진행했다. 마지막 민원인은 사상구 사회복지사협회회장과 복지사들이었다. 그들은 장 의원을 찾아 사회복지사의 처우 개선을 요청했다.
이후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한 그는 오후 2시부터 같은 아파트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참석했다.
초등학교 1~2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인사를 하러 무대에 올라가려는 장 의원을 보고 "장제원이다"라고 소리 질렀다. 장 의원은 무대에 올라가 "꼬마야, 아저씨 이름을 알아? 알아봐 줘서 고마워"라고 답해 주민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장 의원은 뉴시스에 "내 인사권자는 지역주민"이라며 "제가 공천을 못 받고 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 절 선택해주신 고마운 분들이다. 은혜를 갚는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구는 부산 전역을 30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입지가 좋은 지역이지만 낙후된 환경과 시설로 젊은층들이 빠져나가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정비사업과 재건축, 재개발이 되면서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30~40대 비율이 약 40% 정도로 젊어지고 있다.
장 의원은 "제가 처음 40살에 국회의원이 돼서 이 지역을 맡았을 때 기름 때로 범벅된 죽음의 강이었고, 가내수공업 수준의 기업이 쪼개져 있었다"며 "당시 인구가 3만5000명이었는데 지하철도 하나 없고 혐오시설만 3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상구 학생들이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자율형 중·고등학교를 2027년에 설립한다"며 "지역구내 초등학교 2개를 신축하고 다른 초등학교는 리모델링 한다. 좋은 선생님을 모시기 위해 여기 오시면 인사고과를 1.5배 드리고 해외연수 특전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사상공업지역 재생사업지구 활성화 구역에 '서부산 행정복합타운'이 조성된다"며 "삼락생태공원 추진 설명회가 30일에 열린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