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부→다시 국회…연금개혁 '3라운드', 주요 쟁점은?

기사등록 2023/10/29 07:00:00 최종수정 2023/10/29 07:46:34

40~50대 보험료 우선 인상…중장년층 반발 예상

정년 연장 다음 수급연령 결정…"소득공백" 우려

"자동안정화장치·확정기여형 전환, 근간 흔들기"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가 열린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에 참석한 노동계 위원이 연금개혁에 대한 항의 피켓을 올려두고 있다. 2023.10.29. dahora83@newsis.com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정부가 국민연금의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 받는 나이(수급개시연령) 등 핵심 수치를 뺀 연금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함에 따라 연금개혁 논의의 공이 다시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국회와 정부의 '폭탄 돌리기'가 돼버린 연금개혁은 3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연금개혁은 국민적 수용도가 중요한 사안인 만큼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보험료율 차등 인상, 정년 연장 없는 수급개시연령 상향 등 각론을 따져보면 이해관계가 첨예해 이견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에서 다시 연금개혁 논의가 이뤄질 경우 가장 뜨거운 감자는 '내는 돈'인 보험료율이 될 전망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27일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확정 발표하며 "국민연금 보험료율에 대해 점진적인 인상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구체적인 보험료율은 국회 논의를 통해 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보험료율은 9%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국 평균(18.2%)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에 국민연금 재정을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재정계산위원회는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2%·15%·18%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구체적인 보험료율 수치는 결정하지 않았지만 보험료율을 연령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방향은 내놨다. 복지부는 보험료율 목표치가 정해지면 20~30대 청년세대의 보험료는 서서히 인상하고, 40~50대 등 연금 수급개시 연령이 가까워지는 경우 보험료를 단기간 내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부양 부담이 커진 청년세대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러나 연금을 받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중장년층이 반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후 매달 받게 될 연금소득, 즉 소득대체율 역시 전문가 이견이 첨예한 사안이다. 소득대체율은 현재 40%로, 재정계산위원회 최종 보고서에는 이를 45%와 50%로 높이는 방안이 함께 포함됐다. 재정계산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소득대체율을 시나리오에서 배제하거나 '소수의견'이라는 부대의견을 다는 안이 유력해지자 소득보장 강화를 강조했던 두 전문가 위원들이 중도 사퇴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는 소득대체율도 국회에서 논의하겠다면서도 정부는 명목소득대체율을 상향할 경우 당장 고령층에 지급하는 연금이 늘어나는 만큼 연금을 내는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10.29. dahora83@newsis.com
이 같은 갈등 양상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연금개혁안 발표 후 성명을 통해 "국민의견 수렴 결과 노년층이 적정 노후소득보장이 필요하다고 했음에도 재정 안정 중심으로 논의한 것은 국민 의견 수렴이 형식적이라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정하라고 촉구했다.

수급개시연령도 연금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반발이 예상된다. 수급개시연령은 현재 63세지만 5년 뒤인 2028년 64세, 2033년에 65세로 높아진다. 이를 68세로 늦추면 그만큼 은퇴 후 최장 8년 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가장 최근 연금개혁을 단행한 프랑스에서도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연기하는 연금개혁안을 두고 수개월 간 시위가 이어진 바 있다.

정부는 정년 연장 등 고령층의 계속고용과 연계해 수급개시연령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정년연장 논의 역시 청년세대와 노년층, 기업과 노동계 간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인 만큼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과제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역할 정립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임기 내 기초연금을 현재 32만3000원에서 40만원으로 높인다는 방향은 밝혔지만 소득기준 강화 또는 인상 시기는 확정하지 않았다.

스웨덴과 핀란드와 독일, 일본 등 24개국이 출산율과 경제동향 등에 따라 보험료율과 지급액을 조정하는 자동안정화장치(Automatic Balance Mechanism) 도입 여부와 '덜 내고 더 받는' 현재 확정급여형(DB) 구조를 향후 '낸 만큼 돌려받는'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논의를 시작한다.

자동안정화장치는 기대 여명이 늘어나는 경우 그 해 국민연금 수급액을 줄이는 핀란드식 제도가 대표적이다. DB 형식은 정해진 급여를 지급하지만 DC형은 납부한 보험료와 이자를 합산한 액수를 돌려받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서도 시민단체 공적연금연금행동은 "DC방식 전환은 국민연금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어떤 복지제도도 그렇게 설계돼 있지 않는데 낸 만큼 받아야 한다는 것은 공적연금의 사회연대 및 재분배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은 소득대체율 삭감 이상의 연금 삭감제도로 보장성을 크게 훼손해 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반대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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