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O 단원 이재원 "한국 자랑스러워…동료들도 깊은 인상"[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3/10/28 03:40:00 최종수정 2023/10/28 06:15:29
바이올리니스트 이재원. ⓒMladen Pikulic (사진=RCO)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한국에 올 때마다 자랑스러워요. 암스테르담에서는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거든요. 동료들도 대부분 깊은 인상을 받는 듯 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재원(37)은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최정상급 악단으로 꼽히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RCO)의 제2바이올린 수석이자 유일한 한국인 단원이다.

이재원은 오는 11월1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6년만의 내한 공연을 갖는 RCO와 함께 오랜만에 국내 클래식팬들을 만난다. 파비오 루이지의 지휘로 베버 오베론 서곡,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 협연한다.

이재원은 28일 뉴시스와 가진 서면인터뷰에서 "악단 단원들 모두 함께 무대 위에서 같은 감정과 에너지로 통일돼 관중들에게 감동을 드리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며 "함께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원은 8세에 프랑스로 떠나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을 졸업했다. 이어 스위스 제네바, 독일 쾰른 등에서 공부하며 유럽에서 활동해왔다. 정명훈 지휘자가 예술감독으로 있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객원단원을 거쳐 2014년 11월부터 10개월 간 서울시향에 몸담았다.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하는 RCO는 '벨벳의 현, 황금의 관'이라는 수식이 따라 붙는 명문악단이다. 단원 선발에도 매우 엄격하다. 서류심사, 녹음심사, 3일간의 오디션을 거쳐야 한다. 이재원은 2015년 이 악단에 한국인 최초로 입단했다. 이어 오보이스트 함경이 2016년 RCO에 입단했으나 2018년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함경이 있었을 때 서로 많이 의지했어요. 옮길 때는 많이 아쉬웠는데 지금은 활발히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RCO에 들어오고 한동안, 그리고 여전히 제 자신을 돌아보고 찾아가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음악가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이재원과 다시 만나서 계속 저만의 길을 가겠죠."

이재원은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보다 저희의 연주 자체에 대한 가치에 더 자부심을 느낀다"며 "항상 최선의 연주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했다.

"확실히 단원들 모두 너무 잘해요(웃음). 가끔씩 무대 위에서 솔로를 감상하다가 연주하는 것을 잊어버리기도 하거든요. 스트레스는 아닙니다. 영감, 느낌 그리고 재미가 있어요. 옆에서 잘 할수록 함께 연주를 즐기게 되고, 즐길수록 나 자신이 발전하는 기분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재원. (사진=롯데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재원은 "좋은 지휘자와 좋은 프로그램, 좋은 홀, 관객, 이 모든 조건들이 맞아서 정말 특별한 연주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다양한 나라로의 투어들, 연주 외의 시간에 각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고, 독특한 음식문화를 접하며 아름다운 도시들을 관광하며 많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도 즐겁습니다."

RCO만의 음악적 유산으로는 '음향'을 꼽았다. "1888년 콘세르트헤바우홀이 개관하고 RCO도 같은 해에 창립돼 오늘날까지 이 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콘세르트헤바우홀에서는 모든 것이 더 아름답게 들려요. 어쿠스틱이 정말 특별하죠."

RCO는 2018년 다니엘레 가티가 성추행 혐의로 해고된 후 수석지휘자가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2027년부터 악단을 이끌 예정인 27세의 스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에 대한 기대가 크다. "수석 지휘자가 없는 상황이 벌써 5년이 넘었어요. 지난해부터 메켈레의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가 점점 더 단합하는 기분입니다. 이 인연의 미래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저희 멤버들 모두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한공연을 지휘자로 나서는 파비오 루이지에 대해서는 "음악에 진실하다"고 평가했다. "악보 해석과 디테일들에 관해서는 꼼꼼하고 하나도 놓치지 않아요. 그러면서도 오케스트라를 압박하지 않고 자유롭게 놓아주죠. 이번 공연이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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